취향이 놓일 수 있는 거리

by 코난의 서재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안에서는 먼저 안도감이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그 감정은 반가움보다 먼저였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예감,
굳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렀다.
좋아하는 것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의 속도와 침묵의 길이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는 과정이
자기소개가 아니라 확인 작업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아, 이 사람도 이런 쪽이구나.”
그 말 속에는 판단보다 공감이 먼저 있었다.


편안함 속에는 작은 긴장도 함께 있었다.
이 공통점이 얼마나 이어질지,
이 사람이 내 취향 너머의 나까지 보게 되면
이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조심스러움.
그 긴장은 관계를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누군가를 만났다는 기쁨보다
나 자신을 다시 만난 느낌에 가까웠다.
내가 좋아해 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그 취향을 오래 품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조용한 위로였다.


그래서 나는
취향이 같은 사람을 통해
관계를 더 넓히고 싶다기보다
내가 어떤 연결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크게 맞닿지 않아도,
서로를 설득하지 않아도,
각자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관계.
그 감정은 지금도 내 안에
차분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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