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아이들학교 학부모밴드에서 여성 보컬을 찾는다는 공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한 번 가볼까?” 너무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나에게도 뭔가 다른 숨 쉴 틈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걸까. 그렇게 무심코 밴드 리더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특별한 계획도, 확신도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가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충동이 있었다.
그 이후로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가 학부모밴드의 보컬로 무대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습을 한 건 다섯 번 정도에 불과했지만, 공연 날짜는 성큼 다가와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자신이 어색하기만 하다. 평소 노래방에서 가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던 게 전부였는데, 무대 위에서 실제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함께 노래하는 남자 보컬 두 분은 정말 프로처럼 잘 부르신다. 그들 사이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것만 같았다. 연습할 때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위축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예전의 나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내 자리가 아닌가 봐” 하며 멈췄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고 싶었다. 무대에 서기 두렵긴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내가 낯설지만 기특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한창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상은 바쁘고, 마음은 자주 지쳐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 밴드 활동이 내게 숨 쉴 틈을 주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연습 중간중간에도, 밴드 멤버들과 웃고 이야기하면서 그동안의 고민들이 잠시 잊히곤 했다. 이 자리가 나에게 필요한 ‘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서 이 용기를 얻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용기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비록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밴드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들이 조금씩 나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시간이 되고 있다.
아이들학교 학부모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며, 나는 삶의 또 다른 면을 만나고 있다. 그 속에서 내 목소리를 찾아가고, 내 안의 숨겨진 용기를 조금씩 꺼내 보게 된다. 공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숨 쉴 틈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 틈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