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는 되는데 넌 안 돼?"가 남기는 것

by 코난의 서재

걔는 되는데 왜 넌 안 돼?"

상담실에서 초등학교 5학년 유진이가 말했다.

"엄마가 맨날 그래요. 언니는 이때 벌써 혼자 했다고. 언니는 학원 안 보내도 알아서 했다고."

유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저도 알아요. 언니가 공부 잘하는 거. 근데..."

말끝을 흐렸다.

"근데?"

"근데 저는 언니가 아니잖아요."

비교.

우리는 왜 비교할까.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빨리 변하길 바라서.

"○○는 이렇게 하는데, 너도 할 수 있잖아."

이 말 속에는 기대가 있다.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애야.'

그런데 아이에게 들리는 건 다르다.

'넌 ○○보다 못해.' '넌 부족해.' '넌 실망이야.'

중학교 2학년 현우는 쌍둥이다.

형 현준이는 전교 20등 안에 든다. 현우는 중위권을 맴돈다.

어머니는 상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일부러 비교 안 해요. 절대 안 해요. 그런데..."

잠깐 멈췄다.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이런 말이 나와요. '형은 그때 이랬는데'라고. 그게 비교예요?"

비교다.

'그때'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비교가 된다.

현우에게 물었다.

"형이랑 비교당하는 느낌이 들 때 있어?"

현우가 웃었다. 씁쓸하게.

"엄마는 비교 안 한다고 하는데요. 근데 저는 알아요. 엄마 눈에 형이랑 제가 자동으로 비교되는 거. 말 안 해도 느껴져요."

아이들은 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한숨 소리도, 눈빛도, 침묵도. 다 비교의 언어다.

비교는 두 가지를 남긴다.

하나는 무력감이다.

"어차피 난 ○○만큼 못 해." "아무리 해도 안 돼." "노력해봤자 비교당할 거야."

고등학교 1학년 채원이는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때 옆집 오빠랑 맨날 비교당했어요. 그 오빠 특목고 갔거든요. 저는 아무리 해도 그 오빠처럼은 못 하니까... 그냥 포기했어요."

채원이는 지금도 시험 전날이면 배가 아프다고 한다.

또 하나는 관계의 균열이다.

유진이에게 물었다.

"언니랑 사이 어때?"

"별로요."

"왜?"

"모르겠어요. 그냥... 언니 보면 짜증나요."

유진이가 언니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언니와 비교당하는 자신이 싫은 거다.

하지만 그 감정은 언니에게 간다. 가족 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초등학교 3학년 도윤이 어머니는 6개월 전 상담을 시작했다.

첫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정말 비교 안 하고 싶어요. 근데 입에서 자동으로 나와요. 친구 ○○는 학원 세 개 다니면서도 상위권이라는데, 우리 애는 왜 이럴까... 이 생각이 자꾸 들어요."

나는 물었다.

"그 생각이 드실 때, 기분이 어떠세요?"

"불안해요. 우리 애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그렇다. 비교는 부모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내 아이만 뒤처질까 봐.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집은 다 하는 것 같아서.

도윤이 어머니에게 제안했다.

"비교하고 싶을 때, 이렇게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는 벌써 하던데" → "도윤이는 어디까지 했어?"

"왜 넌 이것도 못 해?" → "이 부분이 어렵구나. 뭐가 헷갈려?"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 "오늘 한 것 중에 뭐가 제일 힘들었어?"

비교 대상을 '다른 아이'에서 '어제의 우리 아이'로 바꾸는 거다.

3개월쯤 지나자 도윤이가 달라졌다.

전에는 학교 얘기를 하면 입을 다물었다. "몰라요." "그냥요."가 전부였다.

지금은 다르다.

"오늘 받아쓰기 하나 틀렸는데, 진짜 아까웠어."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성적이 확 오른 건 아니다. 하지만 도윤이 표정이 달라졌다. 공부 얘기를 해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어머니가 말했다.

"선생님, 비교를 안 하니까 제가 더 편해졌어요. 불안할 때마다 '어제보다 오늘'을 떠올려요. 그러면 좀 괜찮아지더라고요."

쉽지 않다. 나도 안다.

옆집 아이 소식이 들리면 흔들린다. 학부모 단톡방에서 누가 어디 붙었다는 얘기가 돌면 조급해진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비교의 대상을 바꿔보면 어떨까.

다른 아이가 아니라, 어제의 우리 아이. 남의 속도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방향.

유진이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유진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 뭐야?"

한참을 생각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저도 잘하고 있다고. 그 말이요."

오늘 저녁, "○○는 벌써 했던데"라는 말이 올라올 때,

한 번만 삼켜보면 어떨까.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오늘 하루 어땠어?"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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