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과속방지턱

by 코난의 서재


운동화 끈을 묶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을 때가 있다. 딱히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노트북 전원을 켜는 손가락 끝에 괜한 힘이 들어간다.


"이거 다음엔 저거, 아, 그리고 그것도 해야지."

머릿속에선 이미 할 일들이 도미노처럼 줄지어 서 있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내 하루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기분. 그럴 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심장은 러닝머신 위를 뛰는 것처럼 쿵쾅거리고, 시선은 자꾸만 허공 어딘가에 쫓기듯 머문다.


그렇게 서둘러 마친 일들의 뒷맛은 대개 씁쓸하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 헐겁거나, 정성이 묻어나지 않아 서먹한 결과물들. 모니터에 띄워진 글자를 보며 혼잣말을 뱉는다. "아, 이게 아닌데…."


사실 알고 있다. 10분 늦게 시작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다는걸. 내가 그렇게 무섭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있었다는걸. 내 마음이 엉켰던 건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내야 한다는 습관적인 강박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시작하기 전, 의식적으로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들이밀고 앉는다. 달뜬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차가운 물 한 잔을 천천히 들이켜기도 한다. 방금까지 내 등을 떠밀던 투명한 손을 가만히 내려놓으며 나에게 말해준다.


서두르느라 놓쳐버린 풍경들 속에 사실은 내가 진짜 쓰고 싶었던 문장들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 순간만큼은 조금 늦어도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보이지 않는 기대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