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온도

by 코난의 서재

내 마음은 지금
26도쯤에 머물러 있다.

체온도 아니고,
계절도 아닌 온도.

창문을 열면 서늘하고
닫으면 답답해지는
애매한 공기.

이번 명절은 조용했다.
큰 소리도 없었고
의무처럼 오가는 말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은 비어 있었다.

이상하지.
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돌아와 앉으니
가슴 한켠이 휑한 걸까.

아마도 나는
명절이라는 이름 안에
어떤 장면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웃음이 넘치거나,
진득한 대화가 오가거나,
적어도 ‘다녀왔다’고 말할 만한
어떤 감정의 흔적 하나쯤.

하지만 이번 명절은
물 위에 손을 담갔다가
아무 물결도 남기지 못한 것처럼
조용히 지나갔다.

기억할 만한 사건도 없고,
화를 낼 일도,
특별히 기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

26도는 그런 온도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지만
살짝 건조하다.

손끝이 마르는 온도.
마음이 증발하는 온도.

지금의 나는
이 공백 앞에서
굳이 이유를 찾지 않기로 한다.

누군가를 많이 만나서가 아니라
무언가 크게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시간이 지나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기지 않고 흘러가는 날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오늘은
이 26도의 마음을
억지로 데우지도,
차갑게 식히지도 않겠다.

이 애매하고 건조한 온도 역시
지금의 나에게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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