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대라는 점

by 코난의 서재

명절을 준비하며 내가 가장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음식도, 선물도, 일정도 아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표정이다.

누가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혹시 내가 빠뜨린 말 한마디 때문에 서운해하지는 않을지,
너무 밝지도 너무 무심하지도 않은,
그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나는 자꾸 그 ‘적당함’을 계산한다.

아빠의 몸 상태는 어떤지,
엄마는 또 무리하고 있지 않은지,
딸은 이 집이 여전히 편안한지,
아들은 괜히 눈치 보지 않는지.

상 위에 오를 음식보다
식탁을 둘러싼 공기의 결을 먼저 살핀다.

어쩌면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잘 해내는 며느리’도, ‘빈틈없는 딸’도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명절은 이상하게도
내 안의 책임감을 확대해 보여준다.
작은 말 하나도, 작은 표정 하나도
괜히 내 몫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지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한 번 다녀온 사람처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내가 이 시간을 아무렇게나 넘기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관계가 무너지지 않기를,
아픈 마음이 더 아프지 않기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기대를 정리하느라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마음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이만큼 신경 쓰고 있는 나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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