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톡, 아직 안 지웠다

by 코난의 서재

그날은 유난히 일이 길어졌다. 몸도 마음도 다 지친 채로 집에 와서 가방만 내려놓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집은 조용했고, 괜히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휴대폰도 일부러 뒤집어 놓은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한참 뒤에야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카톡 알림이 하나 와 있었다. 딸아이였다.

보통은 별 얘기 없이 이모티콘 하나 보내거나, "엄마 카드 어디 있어?" 이런 식의 현실적인 메시지만 보내던 아이였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톡을 열었는데, 짧은 문장이 하나 떠 있었다.

"엄마, 나 오늘 친구들이랑 엄마 얘기하다가 느낀 건데… 우리 엄마 진짜 멋있게 사는 것 같아."

그 문장을 읽는데, 처음엔 피식 웃음이 났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장난인가 싶어서 답장을 치려다가, 화면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엄마 나이에도 여전히 뭔가 하고 싶은 게 있고, 계속 배우려고 하는 거… 솔직히 나 그게 제일 멋있어."

그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뚝 떨어졌다. 오늘 하루 종일 참고 있던 게, 그 짧은 문장 두 줄에 한꺼번에 풀린 느낌이었다.

사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이렇게까지 버티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조차 모르겠어서 자꾸 마음이 약해지던 날이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보고 있던 아이는, 내가 흔들리는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답장을 못 했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그냥 화면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이렇게 보냈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해. 엄마 울잖아."

그러자 딸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울어도 돼. 엄마도 사람인데 뭐."

그 짧은 문장이 그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아이가 나를 붙잡아 주고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다.

그 이후로도 삶이 드라마처럼 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힘든 날도 있었고, 여전히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나만 못나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은 잘 안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나처럼 살고 싶다고 말해줬다는 사실이 내 삶을 조금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가끔 그 카톡창을 다시 열어본다. 다른 메시지들에 밀려 위로 올라가 있지만, 스크롤을 내려 그 문장을 찾으면 그날 저녁의 공기가 그대로 되살아난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가끔 장난처럼 말한다.

"너 그때 엄마 울린 거 책임져야 돼."

그러면 딸은 늘 똑같이 답한다.

"그럼 또 울려줄까? 엄마 멋있다고 한 번 더 해줄까?"

그때 그 말, 아직도 기억해. 딸아, 엄마를 그렇게 봐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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