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따뜻한 물 한 컵

by 코난의 서재

그날은 비가 꽤 세게 내렸다.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을 정도라 바지 끝이 다 젖어 있었다.

괜히 기분까지 축 처져서, 어디라도 들어가고 싶어서 눈에 보이는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안쪽에서 직원이 말했다.

“와… 밖에 비 엄청 오죠?”

나는 그냥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말하면 괜히 더 처질 것 같아서였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 있는데, 잠시 뒤 직원이 다가와 컵을 하나 내려놨다.

“손 시리실 것 같아서요. 이거 먼저 드세요.”

나는 순간 멍해져서 컵이랑 직원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 저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

그랬더니 그 직원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물이에요. 따뜻한 물이요.”

그 말투가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더 말을 못 하고 그냥 “아… 감사합니다” 하고 말았다.

컵을 손으로 감싸 쥐니까 손끝부터 따뜻해졌다.

이상하게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추웠는지, 얼마나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계산하러 나가면서, 나는 한 번 더 그 직원을 쳐다봤다. 그냥 나가면 계속 마음에 남을 것 같아서 괜히 한마디를 더 붙였다.

“아까… 그거 덕분에 진짜 덜 추웠어요.”

직원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오늘 날씨가 좀 너무하죠.”

그 말을 듣고 나도 웃었다.

카페 문을 다시 열고 나가는데, 여전히 비는 오고 있었지만 아까처럼 기분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 젖은 바지를 갈아입으면서도, 이상하게 그 컵의 온기가 계속 생각났다.

그 사람 이름도 모르고 다시 마주쳐도 서로 못 알아볼 가능성이 더 큰데 그날의 그 짧은 대화는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요즘도 비 오는 날 카페에 들어가면 괜히 주변을 한 번 둘러보게 된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젖은 채로 앉아 있는 사람이 있으면,그날 그 직원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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