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경계와 파격의 변주자

by Concept Varia

수신인: 이 책을 펼친, 세상의 정해진 리듬에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모든 '변주자'들에게


대표 문장: “지금 당신이 어느 경계에 서 있든 괜찮습니다. 그곳이야말로 당신의 첫 변주가 시작될 가장 완벽한 무대입니다.”


편지 도입부: 남과 북, 이념과 현실의 가장 첨예한 '경계'인 파주 DMZ 인근 철책길에 서서 이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합니다. 정해진 질서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을 이야기하기에, 이곳만큼 적절한 곳은 없을 것입니다. 경계에 선 당신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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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지 못했다.

늘 한 박자 빠르거나, 반 박자 늦었다.

모두가 행진곡에 맞춰 앞으로 나아갈 때 나 혼자 왈츠를 추려 했고, 모두가 발라드의 선율에 젖을 때 나는 침묵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틀렸다고, 고집이 세다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 또한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다.

돌아보면 내가 서 있던 곳은 언제나 중심이 아닌 경계(境界)였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 이상과 현실의 경계, 시스템과 나의 경계, 정해진 답과 나만의 질문 사이. 경계에서의 삶은 고독하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해 늘 이방인으로 남는다. 나는 그 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저쪽의 언어를 흉내 내 보기도, 이쪽의 문법을 통째로 부정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쪽도 나의 언어는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경계는 탈출해야 할 감옥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이 태어나는 무대, 양쪽 세계의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특권의 자리라는 것을 알았고 파격을 결심했다.

여기서 말하는 파격은 요란한 파괴가 아니다.

주어진 악보를 불태우는 일이 아니라, 그 위에 쉼표 하나를 더 찍고 예기치 못한 음표 하나를 그려 넣는 조용한 전환이다. 행진곡의 네 박자를 세 박자로 비틀어 왈츠로 연주하고, 발라드의 여백에 나만의 독백을 채워 넣는 시도. 표준을 살리되 한 칸 비틀어 나의 리듬을 만드는 일. 나는 그것을 변주라고 부른다.

정해진 악보를 거부하는 반항아가 아니라, 주어진 악보를 기꺼이 비트는 연주자. 나는, 그리고 이 책을 펼친 당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 경계와 파격의 변주자(Variationist).

변주자 여러분,

이 글에서 말하는 파격은 요란함이 아닙니다.

기준을 부정하는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경계 위에서 작은 각도만 틀어 보는 사람들입니다.

말의 속도를 10초 늦추고, 한 문장을 기록하고, 내일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그 미세한 변주가 쌓여 어느 날 형태가 됩니다.

흔들림을 감추지 않고, 여백을 남겨 두고, 나만의 박자를 찾는 일—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파격입니다.

우리는 자연 법칙을 ‘말’로 배우는 지구상 유일한 종족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글의 그릇을 준비하려 합니다. 질문을 적고, 하루를 기록하고, 내일 아주 조금만 각도를 틀어 봅시다. 질문 → 기록 → 변주의 한 사이클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방법입니다.

이 글은 완성된 악보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삶을 지휘할 지휘봉을 쥐여 줄 것입니다. 정답 대신 몇 가지 질문, 다뤄볼 도구, 끝내 지키고 싶은 태도를 건넬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어느 경계에 서 있든 괜찮습니다. 그곳이야말로 당신의 첫 변주가 시작될 가장 완벽한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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