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는 없고, 리허설도 없다. 매일이 실전이다.
외식업은 오케스트라다, 그리고 그 운영은그 지휘자와 같다.
요리를 모른다. 칼질도 서툴고, 불 앞에 오래 서 있으면 금세 지친다. 하지만 신메뉴를 기획하고, 주방 동선을 설계하고, 테이블과 그릇의 크기를 정한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취미의 확장? 자아실현?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내게 ‘삶의 전쟁터’다. 외식업은 현실이고, 생존이고, 무대다.
신메뉴를 기획하는 것은 거의 ‘편곡’에 가깝다. 원곡은 없다. 레시피라는 악보도, 누군가의 성공 사례도 내게는 참고일 뿐이다. 결국엔, 나만의 감각으로 다시 쓰고, 다시 배열하고, 다시 듣는 일이다. 메뉴 하나가 탄생할 때까지, 수십 번의 조율과 반복이 필요하다. 플레이팅은 그 편곡의 마지막 리허설이다. 악기의 소리를 맞추고, 조율하고, 전체 조화를 만들어내는 지휘자처럼.
외식업은 단지 음식을 내는 일이 아니다. 나는 늘 외식업을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 한 그릇의 음식은 바이올린 파트일 수도 있고, 주방의 동선은 현악기의 입장처럼 유려해야 한다. 홀은 무대이고, 손님은 관객이며, 직원들은 협연자들이다. 이 모든 흐름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것은 결국 '지휘자'의 몫이다. 외식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것을 지휘자 처럼 살아낸다는 것이고, 이 무대가 내 삶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를 모른다는 것은 약점이기도 하다. 주방장과 조리 스태프. ‘진짜 기술자’는 그들이고 주연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들은 그 그림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사람들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나는 메뉴를 '맛'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맥락’과 ‘리듬’으로 접근한다. 어떤 공간에, 어떤 사람에게, 어떤 시간대에 필요한 그릇인가.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때로는 맛에 침몰하지 않기 위해 나를 의심해야 한다. 내 입맛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맛은 주관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맛이 ‘어떤 기억과 결합되는가’이다. 그래서 나는 '맛'보다는 '경험'을 설계한다. 경험이 기억되고, 기억이 돌아오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다시 손님은 온다. 이 모든 것이 외식이라는 이름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메뉴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 손님도 그렇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도 포함해서다. 그들은 악기와 같고, 악보 없이도 연주를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다. 단지 그들에게 맞는 곡이 필요한 것이다. 무리하게 어려운 곡을 주거나, 지루한 연습만 시켜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늘 메뉴와 동선, 운영 방식까지도 사람에 맞게 조율한다.
신메뉴 개발은 단지 요리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 사람, 리듬, 타이밍, 조명, 소리, 기분…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탐험하듯 식당을 다닌다. 새로운 조합, 감각, 동선, 가격 구조, 음식을 담는 방식, 전혀 예상치 못한 플레이팅까지. 그 모든 경험이 내 안에서 다시 재구성된다.
외식업을 한다는 것은 맛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미식 탐험가다. 그리고 동시에 ‘조율자’이자 ‘감독’이다. 테이블 하나의 크기를 정하고, 젓가락의 길이를 재고, 간장의 색깔을 고민하고, 만두의 접시에 단 하나의 고명을 올리는 일. 이 모든 것이 내게는 ‘표현’이다. 나는 그 표현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고, 경험을 만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그냥 장사면 장사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외식업은 ‘장사’가 아니다. 외식업은 '장면'이다. 한 사람의 하루에 등장하는 한 장면. 그것이 만족스러웠는지, 불편했는지, 기억에 남았는지, 그 모든 판단이 몇 초 안에 이루어진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나는 하루를 건다.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식당의 불을 켠다. 악보는 없고, 리허설도 없고, 늘 실전이다. 그렇기에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두렵고, 매일이 살아 있다.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나만의 음악을 만든다. 요리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외식업이라는 악보 위에 내 손으로 선율을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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