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음악, 그리고 음식

삶을 채우고 사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by Concept Varia

사라지는 아름다움에 바치는 예술


뜨거운 태양이 뒷목을 작열하던 한여름의 낮이었다.
호수는 잔잔했고, 호수 옆길의 아스팔트는 달아올라 아지랑이를 피워냈다.
그 곁에서 왜가리인지, 잘 모르지만, 새 한 마리가 목조물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런 날, 생뚱맞게 미술관을 찾았다.
일본 후쿠오카 여행 중에,

물어물어 찾아간 음식점에서의 점심을 마친 후였다.
음식점 주변의 오호리 공원을 산책 중에, 붉은색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관이었다.
일행은 미술관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미술관 앞에서 문득, ‘음식'을 생각했다.


건축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자연이 만든 땅 위에 누군가는 건축이라는 조형물을 세운다.
본래 건축은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구성하는 ‘의식주’ 중 ‘주(住)’를 담당하는 실용적 학문이자 생활 기반의 구축물이었다.
단단한 벽돌과 유리, 철골의 교차는 기능과 구조를 중시하는 기술적 산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며 건축은 기능을 넘어 미학과 철학을 품기 시작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다.
공간의 비율, 재료의 질감, 빛과 그림자의 설계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건축은 그렇게 우리의 기억과 공간을 점유하는 예술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 왔다.


음식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건축은 본래 실용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예술의 한 장르로 올라서 있다.
음식 역시 ‘의식주’라는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서 실용의 영역에 있다.
음식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어쩌면 그 누구도 깊이 품어본 적 없는 건 아닐까.

건축을 예술이라 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건축물에 대해 예술로 ‘승격’ 또는 ‘승화’시켰다고 봐야 한다.
기능과 실용성에 머무르던 건축이 공간 예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처럼,
음식, 즉 요리에 대한 평가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음식 또는 요리를 만드는 행위가, 재료의 출처와 철학까지 고려하고,
디테일하고 특별한 세팅법과 그릇의 배열까지 레시피에 담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가치 있는 예술적 작품으로 충분히 승화될 수 있다.


악보와 레시피: 사라지지만 반복되는 예술


그러나, 예술이란 개념이 '존재'하거나 '남아 있는 형태'만으로 예술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 그렇다.
음악은 보이지 않아도 예술이고, 듣고 나면 사라져도 예술이다.
악보가 보존을 해주기 때문이다.

작곡가는 음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배열해 악보를 만들고,
연주자는 그 악보를 해석해 자신만의 감정과 감각을 담아낸다.
그래서 같은 곡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안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은 먹고 나면 사라지지만, 레시피가 남는다.
정해진 재료와 순서를 기록한 레시피는, 의미의 형태를 보존하는 악보와 같고,
요리사는 그 안에서 자신의 감각과 해석을 더해 또 다른 맛을 만들어낸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조리법이라도 손에 따라,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그 미묘한 차이가 음식의 생명력을 만든다.


맛의 건축가, 오감의 지휘자


건축은 공간을 통해, 음악은 소리를 통해, 음식은 맛을 통해 감정을 흔든다.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미감을 설계한다. 나는 그중 음식에 집중한다.

요리사의 손끝을 ‘맛의 건축’이라 부른다.
재료를 다듬고, 맛을 조화시키며, 오감을 지휘하는 이들은 분명 ‘맛의 건축가’이자 ‘오감의 지휘자’다.
나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건축처럼 아름답고, 음악처럼 가슴을 울리는 한 그릇을 오늘도 설계하고 싶다.

매일 사라지는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한 순간의 감동이기에 더욱 강렬한 음식.
이 음식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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