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말이 다르면, 대하는 마음도 다르다

작은 호칭에서 시작되는 철학

by Concept Varia

70, 80년대. 철학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내게 꽤 뚜렷하다.


그런 친구가 있었다.
두꺼운 검정테 안경, 한 손엔 늘 두꺼운 책.
툭툭 던지는 말은 종종 어렵고, 때로는 날카로웠지만,
한참 후 무릎을 치게 되는 말들도 있었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는 철학책을 들고 다닌다고 했고,
누구는 법전이라고 했으며, 성경이라는 말도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마다 다 달랐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처럼,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의 정확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왜 철학과 문학은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나도 한때는 문학 소년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날카롭고 명백했다.
문학을 업으로 삼는 삶은, 이미 어린 나이에 접어두었다.

그 당시에는 신상을 묻는 질문이 많았고,
가장 ‘괜찮은’ 대답은 늘 독서였다.
정작 독서를 취미로 삼는 사람은 드물었다.

질풍노도의 10대 남자들 사이에서
독서는 나약했고, 철학은 늙은 이미지였다.
그게 싫었던 나이였다.


지금 외식업, 그 시절 철학을 닮았다


이제는 자영업, 외식업의 현주소에서
그 시절 철학이 받았던 대접을 유사하게 느낀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외식업 현장의 민낯.
최근 미디어에서 논란이 나온 자영업자의 태도 문제.

그 모든 장면 속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자영업자, 특히 외식업계의 ‘태도’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 만든 현실은 아닐까.
자부심 없이 이 일을 대하고,
누군가 대신 정해준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직업을 잠시 거쳐 가는 일로만 여긴 결과 아닐까.

철학은 더 이상 머릿속에만 머물 수 없다.
이데아니 영혼의 구원이니 하는 말로,
현실을 구원할 수는 없다.

철학은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우리의 발끝에서부터, 삶과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
작고 구체적으로,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로.
먼 곳의 허무한 상상을 가까운 가슴으로 데려와야 한다.
그 시작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데 있다.


호칭은 태도다


미용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러자 고객도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 호칭 하나가 직업에 품격을 더한다.

과거에는 ‘버스 차장’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차장(車長), 말 그대로 ‘차의 장(長)’이었다.
차 안에서는, 말 그대로 최고의 어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차장’이라는 말이
비하의 어감으로 인식되었고, 호칭을 변경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말 하나, 바뀐 것뿐인데,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외식업도 다르지 않다.
작은 음식점의 주방에서 요리사는 ‘실장님’이거나 ‘이모’다.
홀에서 일하는 분은 ‘아줌마’다.
내 이모도 아니고, 누구의 아줌마도 아닌데 말이다.

호칭은 단지 이름이 아니다.
호칭은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이고, 존재를 대하는 태도다.
스스로를 ‘이모’라 부르는 곳에서
고객이 어떻게 ‘셰프님’이라 부르길 기대할 수 있을까.

작은 호칭부터 바꾸면, 고객의 시선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가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법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세상도 우리를 대접하기 시작한다.


이런 호칭은 어떨까


외식업 전문가 김영갑 교수는

종사자 스스로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정체성을 반영한 호칭을 고민할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홀 직원을 ‘게스트 경험 디자이너’,

주방 직원을 ‘플레이트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

홀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을 “공간 컨시어지”,
주방에서 식사를 책임지는 이들을 “푸드 어시스턴트”라 부르면 어떨까.
아직은 어색하지만, 언젠가는 당연해질지도 모른다.
직업의 품격은 언어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호칭은 분명, 철학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철학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일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철학은 더 이상 머릿속의 것이 아니고,
현학적 문장으로 포장된 사변이 아니다.
더 이상 책장 속 먼지 낀 이름이 아니다.

철학은 계산대 옆, 조리대 아래,
그리고 ‘아줌마’라 불리던 그 손끝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고, 서로를 높이며,
일을 태도로 바꾸는 일.
그게 우리가 살아갈 오늘의 철학이다.

이름을 바꾸는 것,
서로를 부르는 말 하나를 바꾸는 것.
그 작은 변화 안에서 철학은 다시,
우리 삶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외식업 #자영업 #철학하는삶 #외식업브랜딩 #외식업태도

#외식업호칭 #브런치에세이 #김영갑교수 #직업의존엄 #외식철학

#삶과철학 #말의힘 #존중의언어 #이모호칭 #아줌마호칭

#게스트경험디자이너 #플레이트아티스트 #공간컨시어지 #푸드어시스턴트 #호칭의힘

#철학에세이 #외식업에세이 #브랜딩전략 #자존감회복 #일하는존엄

#외식업교육 #직업정체성 #외식업태도개선 #사장의철학 #작은가게의자부심


작가의 이전글"특별해서 모나게, 모나서 오래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