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의 목소리
늦은 밤,
아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이야기가 아닌 소리만 들렸다.
알 수 없는 일본어의 톤과 억양이
1980‧90년대,
우리가 ‘만화영화’라 부르던 시절,
그 때 성우들의 목소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과거, 도입기 산업의 배움과 모방의 형태가 고스란히 보이는 듯 했고,
우리 문화 산업의 한 시대가 남긴 초상처럼 들렸다.
그 순간, 어젯밤,
회식 뒤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방의 한 음식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대표가 말했다.
후쿠오카의 외식업은 한마디로 장인정신으로 설명된다고.
대를 이어 수련으로 쌓아올린 묵직함,
기술을 넘어선 태도.
이제는 표준이자 기반이지만, 새롭지 않은 그 것 이었다.
반면 상하이는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앞세워,
모방과 변주를 통해 자기들만의 고유 산업으로 재창조하는 파격의 현장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이미 일본을 넘어선 듯했다고,
짧지만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본 일본의 현장과 내가 보지 못한 상하이의 현장을 비교할 수는 없다.
물론 예외는 많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인가.
대한민국 외식산업의 좌표는 어디에 찍혀 있는가.
유행처럼 번지는 아이템을 답습하다 사라지는 가게들이 있다.
개별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모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질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틀을 바꾼다.
우리는 한때 일본의 표현 방식을 배우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우리 것이 생겨나고,
마침내 고유한 캐릭터와 세계관이 태어났다.
오늘의 K-웹툰, K-콘텐츠는 그 연습 위에 선 독창성의 결과다.
모방은 서문이었다.
연습은 과정에서 결과가 되었다.
일부 K-푸드는 이미 세계인의 식탁에 올랐다.
더 이상 한국 음식은 낯설지 않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을 넘어,
셰프들의 해석이 담긴 창의적인 메뉴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그 거대한 흐름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거창한 거대 담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산업 전체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 생존의 방법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생존 없는 산업의 도약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존하려면,
성장하려면,
배워야 한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이다.
눈앞의 유행을 좇는 얕은 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 배움은 본질을 꿰뚫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남의 것을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 방식으로 다시 쓰고, 내 철학으로 다시 엮는 것이다.
후쿠오카의 장인정신은 우리에게 업의 본질을 가르친다.
수십 년의 수련 속에서 다져진 정밀한 디테일,
한 분야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집요함.
그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상하이의 거대 물결 속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자본을 유치하고 다루는 법?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고 변주하는 힘?
시스템을 활용해 산업으로 확장하는 방식?
외식업은 결국 학습 산업이라고 믿는다.
레시피는 기록이자 교본이고,
조리는 재현성의 실험이며,
접객은 태도의 훈련이다.
배우지 않고는 유지할 수 없고,
고민하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
맛은 설명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일관성으로 설득된다.
모방의 시간을 지나,
변주의 다리를 건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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