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발탁이 필요한 시점
“구글은 이제 21세 청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 큰 청년에게 잔소리 늘어놓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일선을 떠나며 한 말이다. 이는 포천지 지적대로 ‘한 시대의 막을 내리는 사건’ 임이 틀림이 없을 만큼 이유가 있었다.
IBM은 지난 1월 말 로메티 회장이 8년 만에 퇴임 변을 밝히고 인도 공과대학 출신의 클라우드 부문 수석 부사장 출신을 새로운 CEO로 선임하였다. 증권가에서 ‘CEO 교체를 환영하며 한 참 전에 이뤄졌어야 할 리더십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4년 당시 47세인 사티아 나델라가 CEO가 된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고 두 창업자가 물러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모기업인 알파벳의 CEO도 겸임하고 있어 앞으로 빠른 의사결정으로 사업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전망이다.
챌린저 그레이에 따르면 작년 10월에만 물러난 CEO가 미국의 경우 172명에 이르며 전체적으로도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래 지난해가 최대에 이른다고 한다. 패션업계도 다르지 않다. 40년간 나이키를 이끌었던 마크 파커 회장이 사임하고 언더아머의 창업자 겸 CEO인 케빈 플랭크도 사퇴했다. 리치몬트 그룹 소유의 육스 네타포르테(YNAP) CEO 겸 회장 페데리코 마르체티도 곧 물러날 예정이며 후임자 찾기 작업에 착수했다.
의례적으로 연말과 연초에 몰리는 CEO 교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느껴지고 있다.
우선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가 빠른 IT업계의 움직임은 향후 다른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미리 변화 가능성으로서 참고가 된다.
4차 산업 혁명의 변화를 선점하고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공방정식과 접근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선 작용한 것이다. 나이, 성별, 인종 등 그 어떤 기존 허들에도 방해받지 않고 미래 방향성에 대한 빠른 판단으로 비즈니스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CEO를 발탁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MS, 어도비, IBM 모두 인도 출신 CEO이며 IBM과 SAP 모두 클라우드 사업 총괄에게 CEO를 맡기면서 미래의 비즈니스 중심을 빠르게 알아채며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떨까. 우선 오너 중심의 경영 구조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젊은 오너들의 등판 시기만 빨라졌을 뿐 기업 거버넌스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너들은 사장에서 회장으로 직함만 바꾼 채 이전 시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회장 경영일지라도 드라마틱하게 진화해 인터렉티브하게 변화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래전 성장기의 성공 방정식에만 집착해 에자일(Agile)이나 컨셉추얼(Conceptual) 그리고 넥스트 패러다임에 대한 예민함을 상실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의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서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캔들이나 실적 부진 등 불명예의 문책성 인사로 CEO 퇴진이 있을 뿐 미래를 내다보며 무게중심을 집중하기 위한 CEO 교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 CEO 교체와는 다르게 변화를 만들고 패러다임을 새로이 열어가는 차원에서의 CEO 발탁이 있다면 우리 비즈니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 것이다. CEO 교체에는 다 계획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