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위의 봄

Spring / 재래시장의 장날

by 희망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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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 위에 펼쳐진 색들에서 봄을 실감한다.

초록은 더 짙고 싱그럽다.

손끝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향이 번질 듯한

봄의 기운이, 좌판마다 소담스럽게 쌓여있다.

가지런한 묶음 채소들이 마치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듯 생기가 넘친다.

흙냄새를 품은 줄기와 아직 여린 잎맥들이

살아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상큼해진다.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한참을 골랐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가격표를 보며 짧은 흥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그 소리들 사이로 계절은 더욱 또렷해진다.

남쪽에서 먼저 시작되는 봄의 기운은 수도권 시장에서

이미 봄을 알리고 있다.

싱그러운 초록의 나물과 채소들이 좌판 위에서

그 풋풋한 향기를 발산하며 계절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봄의 시장은 거창할 것이 없다.

푸름이 더 짙어지고 분주한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그런 소박함 속에서 봄은 더욱 또렷해진다.

삶 가까이에, 밥상 가까이에 다가온 계절이기 때문이다.

난장 한편에 놓인 저울처럼,

시장의 시간은 묵묵히 흐른다.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봄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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