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유독 올해 여름은 비가 잦아서 습하고 끈적이는 날씨이다.
투입된 포스트 옆 온도계는 27도, 습도 65%를 가리키고 있다.
근무지는 방화문을 통해 입장하니 실내라고 해야겠지만 천정고가 20m 이상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서 실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류센터의 특성상 입출고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동선을 갖추고 있어서
각 라인별로 대형 셔터문이 이어져 있다. 주간에는 업무 시작과 함께 개방이 되는데
이곳을 통해 대형 화물차들이 진입을 하고 물건을 싣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습하고 더운 공기가 항상 유입되는 이유이다.
무더위가 장기간 기승을 부리니 근무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각 구간마다 생수를 보관하는 냉장케이스가 준비되고 간이 셸터도 설치되었다.
대원들의 일과도 녹록지 않다.
사원들이 일하다가 지치면 수시로 셀터를 출입하고 더운 만큼 수분 보충도 수시로 이루어지니
근무지 이탈도 잦아진다.
그만큼 사원들을 출입구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쉬는 시간과 별개로 업무시간 내내 들락거리는 사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사원이 순식간에 검색대를 통과한다.
요란한 알람이 울리고 벨이 깜빡인다.
통과하는 사원이 흠칫 놀라면서 나를 쳐다본다.
검색대에 올려 둔 소지품과 육안으로 검색한 주머니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울리는 것일까?
여름철 근로자들의 복장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바지에 반팔 셔츠 정도이어서 육안으로도 충분히 스캔이 가능한 상황들이다.
하지만 검색대는 금속물질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결국 손스캐너라고 하는 휴대용 스캐너를 들고 사원의 팔을 벌리게 한 후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 내려갔다.
역시, 스캐너는 허리 쪽에서 작동하였고 결과는 혁대로 인한 반응이었다.
크지 않은 벨트였지만 작은 금속성 장식으로 인해 반응한 것이었다.
원인을 파악한 후 상황은 종료되었고 해당 사원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초보대원인 나로서도 혁대가 원인이 되는 검색 상황을 경험으로 알아가는 경우이지만
물류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일하는 사원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벨트와 관련 없는
바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출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때마다 벨트를 풀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 보안대원과 사원 간에도 알게 모르게 프라이버시가 작용한다.
본인이 아무 생각 없이 벨트를 차고 출근하였다가 느닷없이 검색 제지를 당하면
대원과 사원 간에 어색함이 생기기도 한다.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서는 표정관리도 안되고 소모적인 언쟁이 오갈 수 도 있다
이밖에도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가 있는데 사사건건 사원들과 불편한 관계를
갖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보안대원으로서 시간을 쌓아가면서 알아가게 되는 건 사원과의 관계는 절대
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