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속의 시간

아직 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by 희망열차



화사한 아침 햇살이 침실 전체를 물들이고 있을 무렵,

침실 공기가 건조한 탓인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정수기의 물을 유리잔에 가득 채워서 거실 베란다로 나갔다.


아침공기가 아직은 쌀쌀하지만 따스한 오전의 햇살이 공원의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제 밤샘 근무를 마치고 오늘 새벽에 퇴근하였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선잠에서 깨고 보니 오전 11시.

생리적 현상으로 몸이 적응을 못하는 탓일까?

아무리 피곤해도 오랜 시간 반복해 온 수면 습관을 쉬 바꾸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지만 이 시간 이후로 이틀간 휴무라는 생각에

마음은 한결 여유롭다.


창밖에는 어느덧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복장에서, 공원에서 들려오는 꼬마들의

웃음소리에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수개월 주야가 바뀌는 일상을 살다 보니 이미 적응을 했어야 하건만

아직도 착각 속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오전인지 오후인지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간은 평일의 오전이다.

창밖의 대로변에는 출근하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그들의 가벼운 발걸음에서 계절이 느껴진다.

한동안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침 창가에서 출근시간의 차량과

직장인의 바쁜 걸음을 바라보면서 자책을 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비록 일반인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쉬기도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나의 일을 시작하게 된 나 자신을 자책이 아닌

격려와 응원으로 보듬어 주고 싶다.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 행복하다.


인생의 2막을 어렵사리 열게 된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세상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누리는 시간을

수돗물 흘리 듯 낭비하기에는 반평생의 인생을 훌쩍 넘긴 나이에

부끄러운 삶을 사는 것이다.


휴일을 보내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짚어본다.

이 순간이 평일이든 휴일이든 오전이든 오후이든

착각 속의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반추해 본다.

남들이 일할 때 쉬고, 남들이 쉴 때 일을 하는 특수한 형태의

근무이지만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나는 이 조직에서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나의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인생 2막의 도전을 성과로 바꾸기 위한 나의 착각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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