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햇살이 부드럽게 수면을 어루만지는 6월,
그제서야 수련은 조용히, 그리고 당당히 고개를 든다.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서부터 천천히 줄기를 밀어 올리고,
빛이 닿는 곳까지 닿아야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수련은 알고 있다.
그것이 생의 방식이고, 인내의 아름다움이다.
수련의 탄생은 단순한 개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다림의 끝에서 피어나는 첫 숨 같은 것.
차가운 물 속에서 수없이 흔들리며, 스스로의 중심을
지켜낸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용한 승리이다.
여린 꽃잎 아래에는 뿌리내린 시간의 무게가 있고,
그 무게는 오히려 그녀를 더 단단하게, 더 아름답게 만든다.
6월은 그렇게 수련을 탄생시켰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운은 생의 시작을 위한
완벽한 무대가 되고, 수련은 그 무대 위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간다.
바람은 그녀를 흔들지 못하고, 햇살은 그녀를
품어주며, 세상은 비로소 고요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바라본다.
수련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어떤 외침보다도 깊고 진하다.
그녀는 그저 존재함으로써, 살아냈다는 사실로써,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수면 위에 떠 있지만, 결코 떠 있지 않은 존재.
가볍지만 무게 있는 그 꽃은, 우리에게 말한다.
모든 시작은 소리 없이 온다고.
모든 탄생은 기다림 끝에 비로소 진짜가 된다고.
그리고 우리는 그 고요한 개화 앞에서 잠시 멈춘다.
마음 속에 작은 물결 하나 일렁이며, 나도 언젠가
그렇게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