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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의 단상

포토에세이

by 희망열차



34200007.JPG 필름사진 / 코닥컬러플러스200


언제나 그렇듯 나의 산책은

마을 자연공원에서 잠시 쉼표를 찍는다.


계절은 어느덧 한여름의 문턱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화려한 봄꽃에 취하고

핸드폰에 담아내느라 수선을 떨었건 만

산책길의 연못에는 꽉 찬 푸르름과 축 늘어진

수양버들의 가지들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작은 벤치와 새집 하나의 풍경이 정겹다.


벌써 한 뼘의 그늘도 아쉬울 때가 된 것인가.

연못가에는 오전 나절의 햇살로 눈이 부시다.


그렇지만 벤치가 있는 연못에는 새와 인간이

잠시 쉬어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연이다.


오늘도 자연이 내게 내어 준 쉼이라는 공간,

무릇 인간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무한정 누리고 살지만

정작 우리는 그 혜택을 받기만 하지 자연에 돌려주지 못하고 산다.


인간의 알량한 심리는 계절이 바뀌면서 여실히 드러난다.

어제까지 추워서 양지만을 찾다가 오늘은 좀 덥다고 음지를

찾은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무한할 것 같았던 자연도 인간이 저버린

무심한 정의 앞에 지구온난화라는 무시무시한 형벌로 돌려주고 있다.


이제 인간에게 무한할 것 같았던 자연은 한정되고 있다.


인간에게 쉼은 숨이다.

그 호흡은 자연이 내어 준 쉼터에서 행복하지만

정작 그 쉼터가 줄어들고 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자연이 주는 그 의미를 새삼 곱씹어보며

이 순간의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해보려고 한다.


1년 365일 나의 산책길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연못에는

수 많은 철새들이 내려 앉는 그런 생태계를 꿈꾸어 보며

작은 새집이라도 만들어 걸어 두어야겠다.


그 연못가에.


그 나무벤치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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