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한옥의 작은 창을 열자,
한 줄기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림 같은 초록빛 정원과 풀숲, 돌계단 위에 앉은 이끼,
비에 젖은 흙내음마저도 낯설지 않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연 것이 단지 창문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스스로도 잊고 지낸,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창이
빗장 풀리듯 스르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의 고요는 새소리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나뭇잎 사각거리는 소리들로
내 안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언어가 되었다.
닫혀 있던 마음은 때로 말보다 풍경에 설득당한다.
한 점 연기처럼 가벼워진 감정이
들숨에 섞여 천천히 나를 감싸고,
나는 마침내 마음의 빗장을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