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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ceptzine Sep 30. 2016

합정동 산책 ‘소란이 잠든 어느 골목’

conceptzine vol.36

소란이 잠든 합정의 어느 골목.

글 & 사진 이혜인




13:00  /  뮤제 드 스컬프


주택가 골목의 새하얀 집 ‘뮤제 드 스컬프’는 여성을 위한 편집숍이다. 좁다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쇼윈도에 진열된 선글라스와 빨강으로 포인트 된 의류들이 보인다. 각각 나누어진 구역마다 돋보이는 색이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니 요즘 날씨와 꼭 어울리는 푸른 계열의 제품들이 줄지어 있다. 중간중간 창틀이나 의자 위에 놓인 가방과 신발은 두드러지기보다는 꽃과 나무와 어우러져 오히려 조화로운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눈이 지치지 않는다. 물론 갖고 싶은 것들이 한데 모여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이다. 


  

메종 드 스컬프   

‘메종 드 스컬프’는 뮤제 드 스컬프 안쪽에 마련된 카페다. 풍부한 볕이 들어오는 이곳은 커피뿐만 아니라 과일주스, 샐러드, 파스타 등도 판매하고 있다.


영업시간 11:30~21:00 일요일 휴무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67-30 / 070-8866-3017




13:40  /  아이헤이트먼데이


직장인의 애환을 단번에 대변하는 이 문장은 다름 아닌 양말 브랜드의 이름이다. 이곳의 대표 또한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일어나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싫어했다고. 하지만 아침에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양말을 신음으로써 조금은 즐거워졌다고 한다. 이 간단한 방법이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일단 실행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한 달간 가장 초췌하고 못생긴 마감 당일엔 애써 멀끔하게 잘 차려입으려 한다. 회사 식구들은 다들 약속이 있냐고 묻지만 그날의 나는 기분이라도 좋아야지만 견딜 수 있는 날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이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다면 아이헤이트먼데이 양말을 신어 보는 건 어떨까? 의미도 의미지만 기본 아이템부터 재미있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쇼룸에 들러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자판기로 만나는 양말

생각해보면 갑작스레 양말이 필요할 때가 많다.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다거나 밤샘작업으로 냄새가 난다거나…. 커피자판기처럼 곳곳에 있으면 좋겠지만 양말 자판기는 아이헤이트먼데이에서만 볼 수 있다. 럭키박스처럼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양말을 만날 수 있으니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을 듯하다.


영업시간 화~금요일 12:00~20:00, 토~일요일 13:00~19:00 월요일 휴무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63-30 B 02호 / 070-4028-1867




14:00  /  투도어즈


양화진으로 넘어가는 골목을 지날 때마다 이 카페를 눈여겨보곤 했다. 하지만 색이 강한 포스터와 분홍빛 타일 좌석, 네온사인 등의 세련된 인테리어를 보니 섣불리 들어갈 수 없었다. 사실 그 이전에 가던 곳만 가는 버릇이 있어서 ‘아, 이런 곳에 이런 카페가 있네’하는 생각으로만 그친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겪고 봐야 하는 것 같다. 투도어즈의 주인 언니는 친절하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고(카페와 무슨 상관인지는 몰라도), 커피도 맛있었다. 사실 함께한 친구는‘소머취민트’라는 민트와 녹차 그리고 레몬을 넣은 탄산수가 혼합된 음료를 시켰는데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나 보다. 언니가 무언가 빼놓은 게 아닐까, 하며 내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렇지만 내 입맛엔 좋았다. 자극적인 맛보다는 은은한 향이 맴도는 기분. 그곳의 취향이 묻어나는 디자인 서적을 보면서 새로운 곳의 탐구도 나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휴식

투도어즈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하다. SNS로 적극 홍보를 할 정도로 반려동물에게 개방된 곳이니 그들과 함께 산책을 나온다면 시원한 음료와 함께 잠시 쉬어 가도 좋겠다.


영업시간 화~금요일 10:30~19:00, 토~일요일 10:30~20:00(마감 시간은 유동적) 매주 월요일 휴무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185-11 / 010-6684-4248




14:30  /  절두산 순교성지


양화진 지하차도 앞에 있는 나무 데크를 오르면 절두산 순교성지가 나온다. 탁 트인 한강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종교와 관련된 공간이지만 그것과 무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 와도 좋을 곳이다. 초를 켜고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곳의 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은 가지를 품은 비술나무 한 그루가 좋아서 자주 온다. 겨울에는 먼지더미처럼 뒤엉킨 회색빛 가지만 있었는데 어느새 봄날의 나무는 파도같이 넘실대는 잎을 한가득 피웠다. 나무의 사계절을 지켜보는 건 어떤 마음일까 남몰래 가늠했을 때, 벤치에 앉아 두 눈을 감고 기도하는 한 아주머니가 보였다. 



정숙한 휴식

야외에도 기도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누군가의 진중한 기도를 생각한다면 조용하고 깨끗하게 이용하자.


이용시간 상시 가능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96-1 / 02-3142-4434




15:00  /  류지


류지는 전직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연 식당이다. 그래서인지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앞서, 눈으로 보는 맛이 있다. 정갈하게 담긴 반찬 하며 소담한 솥밥과 국, 그리고 디저트. 모든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맛이 있는데 그림으로 치자면 수묵화같이 은은한 여운이 남는다. 다진 멍게를 톳밥 위에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바다가 바다를 만나 그 맛이 더욱 진하고, 순두부 미역무침의 유자향은 봄을 찍어 먹는 느낌이다. 메뉴는 단 하나지만 순박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크게 호불호가 갈리진 않을 것 같다. 멍게를 못 먹는다 하는 친구도 그릇을 텅텅 비워 놨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날의 메뉴

류지의 인스타그램(@ryuji.homemeal)을 통해 미리 메뉴를 알 수 있다. 전화로도 예약할 수 있으며 준비한 재료 소진 시엔 마감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을 수 있다. 늦은 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앞서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 


영업시간 수~일요일 12:00~21:00(쉬는 시간 16:00~17:00), 월·화요일 휴무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96-14 / 02-338-9759




16:00  /  메종 키티버니포니 서울


키티버니포니 플래그쉽 스토어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언젠가 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여섯 시 사십 분에 칼퇴를 하여 그곳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마감은 7시. 하지만 그때 당시 사무실은 상수역에 있었으므로 경보하듯 잰걸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메세나폴리스 맞은편 신호등서부터 누군가 나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나를 놀리는 듯한 그녀의 행동을 의식하여 더욱 열심히 뛰었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그녀 또한 키티버니포니를 향해 뛰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고 우리는 전우가 된 것처럼 서로를 향해 웃어 보였다. 조금 엉뚱한 얘기인 것 같지만 나와 그녀는 친구 혹은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머리를 흩날리며 뛰어왔다. 심지어 나는 미리 골라 둔 친구의 선물을 샀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를 위한 파우치도 하나 골라잡았다. 충동구매라 생각하진 않았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가격도 저렴했으니. 모든 제품이 국내 생산이라 하니 믿음도 갔다. 그것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키티버니포니를 찾는 이유라 생각했다.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땐 공간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1층 한쪽엔 라운지와 협업한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길종상가와 협업하여 만든 연필꽂이와 트레이 등이 있고, 2층은 좀 더 구체적인 공간으로, 베딩과 커튼 제품을 꼼꼼히 만져보고 상담까지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이 공간에 눈이 오래 머물렀는데 유리천장을 통해 여가 없이 들어온 빛이 흰 벽에 걸린 패브릭 패널과 함께 하나의 무늬처럼 보였다.





M.K.B.C

엠케이비씨는 키니버니포니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개성 있는 아트북이 모여 있고, 매뉴팩트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서점뿐만 아니라 야외 테이블과 매장 1층의 라운지에서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때마다 기획전을 진행하는데, 올 여름에는 식물에 관한 기획전을 계획 중이다. 


영업시간 화~금요일 11:00~19:00 토요일 11:00~17:00, 일·월요일 휴무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9-29 / 02-322-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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