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란.
2017년 5월 7일.
나는 영국에 도착했다.
해외여행이라곤 초등학생 때 단체로 일본여행을 간 것, 회사에서 단체로 괌으로 워크샵을 간 것. 이렇게 두 번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혼자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라는 소리다. 그래서일까, 나는 무척 긴장했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때가 밤 10시쯤이었는데, 당장 21kg짜리 이민가방을 가지고 어떻게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 할지도 막막했다. 이대로 미아가 되버릴까봐 전전긍긍했다. 잔뜩 긴장한채로 공항 내 유심칩 자판기에서 유심을 사고 바로 와이파이를 잡았다. 예약해둔 한인민박에 지금 공항에 도착했다고 바로 연락했다. 정말 아는 사람 하나없는 외지에 홀로 떨어졌기에, 누구에게라도 나의 생사를 알려야할것 같아서였다. 다른 영국워홀 블로거들을 보니까 짐 때문에 공항에서 우버를 잡아 가던데, 나는 우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한참을 공항 한 귀퉁이에 서서 어떻게 가야하나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결국 익숙한 지하철을 시도하기로 했다. 구글 맵을 키고 숙소주소를 찍었다. 어찌저찌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게 겨우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가던 시간, 컴컴해진 하늘에 어딘지도 모르겠는 낯선 곳에서 이민가방을 밀며 잔뜩 움츠러들었던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의 첫 인상은 친절했다. 내 몸통만한 이민가방을 낑낑대고 옮기는데, 계단이 나올때마다 주변에서 짐 옮기는걸 도와줬다. 영국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그래서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릴때 서로 돕는 영국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나도 어떤 젊은 남자가 도와줬다. 가방이 정말 무거웠기 때문에 도와줄 때 마다 미안함에 몸둘바를 몰랐다.
예약해둔 한인민박에 도착하여 침대에 누워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2년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