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 몸을 숨긴 채
살며시 밖을 내어다 본다
틈새를 파고든 바람에 흩날려 버릴까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녹아 버릴까
채 여미지 못한 커튼 움켜쥔다
작은 눈 더욱 작게 움츠리고
혹여 들킬세라 맘 졸이며
조금 아주 조금씩만 세상과 교감한다
그것조차 놓쳐 버릴까 염려하며
불안한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본다
에워싼 감금의 벽 박차지 못한 채
둘러싼 장막도
지나는 바람도
신경 쓰지 않고 의식하지도 않는
그런 허무한 얼굴로
커튼 뒤 작은 공간에서 힘없이 저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