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공식적으로 정의하자면 '정보기술(IT) 노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흔히 떠오르는 표현으로 하자면 '3D 노가다'일 수도 있고, 또 영화나 드라마에 의해 규정된 이미지는 '해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피 직종 '3D 노가다'의 시간만 있었던 것도 아닐 테고, 영화나 드라마의 '해커' 였던 시간들만 있던 것도 아닌 '개발자'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물론... 해커를 떠올리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정보기술 노동자', 이젠 늙어버린 삼류 '정보기술 노동자'의 이야기라도 기록할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 자판을 두드려 본다. 그 누군가에게는 혹여 도움이... 아니면 재미가 있을까 하면서.
과거 어느 시점에 분명 '정보기술 노동자'인 '개발자' 혹은 '프로그래머'는 분명 해커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젠 이야깃거리도 될까 싶지만... 커다란 방에 가득 찬 캐비닛 같은 크기의 장비들이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컴퓨터 이미지였으리라. 그런 커다란 컴퓨터의 성능이라는 것이 요즘 시대에는 집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성능 낮은 개인용 컴퓨터(PC)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지만.
그런 시대 배경 속에서의 '개발자'는 '해커'와 같은 느낌의 존재였다. '컴퓨터에게 뭔가 명령을 내려서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사람'. 1990년대 말에 작은 벤처업체에 어느 고객이 찾아와서 개발 의뢰를 하던 기억이 떠 오르곤 한다. 당시 유행하던, 배너 광고 등을 클릭하면 점수를 주는 사이트들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사이트 구축 의뢰였다. 좀 사행성 같이 느껴졌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기발한 생각(요즘은 흔하게 통합 통합이 이뤄지지만 당시는... ^^)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 고객은 '이런 기능이 가능하시겠는가?', '저런 기능 구현이 될까요?' 하며 최대한 조심스레 자신이 생각하는 '요구사항'을 타진해 왔다. 개발에 따른 비용도 비용이지만, 당시로서는 이러저러한 구상이 컴퓨터에서 구현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 많은 참고자료(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개발자 스스로도 의뢰하는 고객도 어떤 사항이 구현 가능할지 아닐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참고로 요즘은 구현 가능 기술에 대해 개발자보다 고객이 더 많이 아는 경우가 많다. 어떤 특정 기술에 대해 '어느 사이트에는 구현이 되어 있다'거나 '어디서 봤다'거나 하며 기술 구현 자체가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을 고객이 먼저 알려온다. 남는 것은 '돈과 시간'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개발의 영역에서 '안 되는 것'이 없는 시대가 되다 보니, 개발자의 지위는 한없이 낮아져 간다. 뭔가 '창조자' 스러운 모습에서 점점 '단순하청업자'의 모습으로 낮아져 버렸다. 이렇게 개발자의 지위를 낮춰버린 시발점은 무엇 혹은 언제였을까? 아마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윈도우즈(Windows)'
90년대 중반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명령어 타이핑 기반인 DOS(Disk Operating System)에서 마우스 클릭 위주인 Windows 3.1, Windows 95 가 컴퓨터를 장악해 버린 사건. 그것이 컴퓨터를 대중화시켰지만 컴퓨터 노동자들에게는 '지위 하락'을 가져온 결정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누구나 만질 수 있는 것, 비밀스러울 것이 없는 장비가 되어 버린 컴퓨터.
그것을 다루는 '신적 존재'에서 추락해 버린 '평범한 노동자'들 IT개발자들을 위해 잠시 묵념.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