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정문 입구와 후문 뒤편에는 화성시가 관리하는 공원이 있다. 정문 바로 앞동에 사는 나는 정문 공원에서 후문 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로 밤 산책을 다니곤 한다. 정문 앞 공원에는 탁자와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젊은 청춘들이 담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거나, 연세 있는 어른들이 잠시 앉아 쉬어가곤 했었다.
밤이면 청춘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내 방 창문을 통해 들어왔었고, 출근길이면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와 술병들이 나뒹굴곤 하였다. 물론 퇴근길에는 다시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아휴... 하며 출근길 지저분한 모습에 한숨을 쉬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한숨을 쉴 필요가 없어졌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작은 무질서의 대가로 모두의 휴식 공간을 빼앗겨야 했을까? 아무리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지만... 꼭 그렇게 무질서하게... 아쉬움이 남는 공원 모습을 보는 퇴근길마다 작은 휴식의 공간이 그리워진다.
모든 이의 작은 휴식이.
< 휴식이 있던 자리 >
산책하다 쉬어가던 자리
배드민턴 치다 숨 고르던 자리
하지만 이젠 사라진 자리
어느 날 놓인 깡통 하나
어느 날 담긴 담배꽁초와 술병 하나
어느 날 쌓인 수북한 담배꽁초와 술병
그리고
어느 날 사라진 벤치와 테이블
한 모금 담배연기에 날려 버려야 했을까
한 잔 술병에 버려져야 했을까
작은 양심과 이웃의 휴식을 바꿔야 했을까
다시 돌아올 기약 없이 가버린
공원 벤치가 있던 자리
휴식이 있던 자리
아쉬움만 남은 자리
/* 열역학 제2법칙: 세상은 무질서한 방향(엔트로피 증가)으로 흘러간다는 물리 법칙 */
공원 탁자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
탁자와 의자가 철거돼 텅빈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