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사이로
좋아하는 편의점 캔커피 하나 앞에 두고
가을 풍경을 바라본다
오래지 않아 겨울에게 자릴 내어줄
길지 않을 가을을
아직 반팔 차림에 씽씽카 타는 아이
중앙 화단벤치에서 한 모금 깊게 내뱉는 애연가
유모차 밀고 아이와 걸음 옮기는 아기엄마
손에 손에 한가득 재활용 가족
그리고
이제 곧 초록옷을 벗어버릴 나무들
가을 찬바람 소리와 함께 들리는 웅산의 재즈
오늘은 더 서글프게 들려온다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정지한 나는...
시속 1337 km/h로 지구와 자전하고
시속 10만 7천 km/h로 태양을 공전하고
초속 217 km/s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초속 600 km/s로 국부은하단과 함께 이동하는
나는 정지해 있는 건지 움직이고 있는 건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뒤를 돌아보며 찍었다는
창백한 작은 점(Pale blue dot)의
더더욱 작은 '나'라고 위로해 봐도
우주 속 여러 원자들의 결합으로 잠시 머물다가
다시 우주먼지로 돌아가리라 다독여봐도
찰나의 순간일 뿐인 번뇌는
영겁의 시간으로 고통스럽다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과 함께
2024.10.01
편의점 앞에서
화성행궁 용연(용의 연못)에서 올려다 본 방화수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