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커피를 내리고, 책을 펼치고, 메모장을 꺼내지만
결국 넷플릭스 한 편, 쇼핑몰 한 바퀴.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진짜 내일은 꼭 할 거야.”
하지만 내일의 나는 오늘과 비슷한 마음으로 눈을 뜬다.
우리는 왜 미루는 걸까?
시간이 없어서? 동기가 부족해서?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밑에는 심리적인 회피가 숨어 있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미루기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감정 조절의 전략이라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두려울 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까 봐 불안할 때,
혹은 막연한 실패가 자신을 위협할 것 같을 때,
우리는 일을 미룬다.
‘지금 하지 않음’으로써
‘당장의 감정 불편’을 피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완벽주의다.
“지금 이 상태로는 부족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어.”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수록,
우리는 시작하기를 망설인다.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것이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완벽주의는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결국엔 자신을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보상 심리.
미루기를 통해 짧은 쾌감을 얻는다.
“오늘 하루는 좀 쉴 자격이 있어.”
“이 정도면 됐지, 다음에 몰아서 하면 되잖아.”
이런 자기 합리화는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그 순간만큼은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와 자책이 남는다.
그리고 그 자책은 또다시 미루기의 빌미가 된다.
미루기 – 후회 – 자책 – 회피 – 또 미루기.
우리는 이 감정의 고리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의지력’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가 아니라
“나는 지금 뭘 피하고 있는 걸까?”라고 묻는 것이다.
그 질문은 나를 다그치지 않고,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작’을 작게 나눠야 한다.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지 말고,
단 한 줄, 한 문장, 5분만 해보기.
작게 시작한 행동은 마음을 움직인다.
시작한 마음은 다시 조금 더 움직이고,
그것이 작은 성취감이 되어 돌아온다.
그 성취감은 미루기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낸다.
끝까지 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단 1%라도 덜 미뤘다면
그건 이미 ‘자기 돌봄’이자 ‘심리적 진전’이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괜찮아, 지금 여기서 한 줄만 써도 좋아.”
그 말 한 마디가
당신을 미루기의 고리에서 조금씩 꺼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