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강박의 심리학

멈추면 불안한 나, 쉬는 법을 잊었다

by 안녕 콩코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자격증을 따고, 어학 공부까지.

하루가 빼곡하게 채워진 날엔 스스로가 조금 대견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조금만 느슨해지면, 마음 한편이 불안해진다.

어딘가 멈춰버린 느낌,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정체된 듯한 기분.

쉬는 시간마저 ‘쓸모’를 계산하게 된 나.

언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까.


자기계발은 본래 좋은 것이다.

자기를 성장시키고, 삶의 방향을 찾고 싶은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욕망이 어느 순간 ‘의무’로 변할 때,

문제는 시작된다.

늘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의미 있는 삶 같고,

하루라도 게으르면 모든 걸 망친 기분.

멈추는 순간 무가치해지는 듯한 마음.

그 감정이 우리를 조용히 조여 온다.


그 중심에는 성취 지향성이 있다.

성과가 곧 존재의 증명이 되는 세계.

그리고 그 성과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

‘나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자기 연출.

자기계발은 어느새

인정받기 위한 수단,

불안을 눌러줄 도구,

나를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시스템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기 효능감 중독이라 부르기도 한다.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주는 쾌감에 익숙해지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만 한다.

조금만 멈춰도 불안이 밀려온다.

성장을 향한 욕망이 쉼을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점점 스스로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다 결국, 우리는 쉬는 법을 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잠깐의 여유조차 ‘생산적인가’를 따지기 시작한다.

책을 읽어도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여행을 가도 ‘어떤 콘텐츠로 남길 수 있을까’를 떠올린다.

삶을 살아가기보다, 증명하듯 살아가는 상태.

그 안엔 더 이상 온전한 내가 없다.


하지만 진짜 자기계발은

나를 돌보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나를 다그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용기,

줄 아는 지혜,

속도를 늦추는 믿음.

이 모든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이고도 지속적인 성장이다.


그러니 때로는 멈춰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그 하루는 결코 낭비가 아니라

당신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가장 깊은 날이 될 수 있다.


멈춰도 괜찮아.

쉬는 것도 나를 키우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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