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산다는 것 — 반복 속의 다정한 의식

일상 산문 연재

by 콩코드


좋은 날도, 반복되면 특별하지 않다.

햇살이 며칠이고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 빛의 고마움을 잊는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지면 무뎌지고,

무뎌지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지금 이 하루가 얼마나 충만한 시간이었는지를

훗날, 지나간 시간의 어귀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러니 질문은 다시, 조용히 우리 앞에 놓인다.

행복하기 위해,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반복 속에서도 깨어 있기

하루는 늘 비슷한 리듬으로 흐른다.

아침의 알람 소리, 익숙한 창밖 풍경, 커피 끓는 소리.

이 단조로운 반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빛깔은 달라진다.


어떤 이는 그것을 ‘소모’라 부르고,

어떤 이는 그것을 ‘의식’이라 부른다.


달라지지 않는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힘은

외부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하루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달려 있다.


어제와 같은 거리, 같은 지하철, 같은 사람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를 수 있다.

눈을 조금 더 오래 마주치고,

한숨은 덜어내고,

가벼운 인사를 한층 진심으로 건넬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어제와는 다른 하루다.


하루가 하루에게 새로움을 건네는 일.

그건, 삶에 온전히 깨어 있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사소함을 허투루 대하지 않기

우리는 종종 ‘의미 있는 일’만을 하려 한다.

생산적인 시간, 기록할 만한 사건,

SNS에 올릴 만한 무언가.


하지만 인생은 대부분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씻을까 말까 망설이는 오전 10시.

차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오후 3시.

작은 감정의 기복에 이유를 붙이다, 결국 포기하는 밤 11시.


이 모든 ‘별일 없는’ 순간들이 모여

진짜 하루가 된다.


누구와 나눈 말보다,

내가 나에게 건넨 말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정도면 괜찮아.”

“지금은 좀 쉬어도 돼.”


이런 문장들은 혼잣말처럼 들리지만,

어떤 응원보다 단단하다.



시간과 감정 사이에 여백 남기기

행복은 바쁨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

우리는 할 일의 목록을 채우는 데 익숙하지만,

마음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 속에는

'멍하니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짧은 틈,

버스를 타기 전의 몇 분,

커피가 식는 속도를 느끼는 몇 초.


그 여백 속에서 감정은 숨 쉬고,

생각은 비로소 깊어진다.


그리고 그 틈에서 문득 피어나는 마음.

“이건 괜찮았어.”

행복이 아니라, ‘괜찮음.’


그 감정은 예상보다 단단하고,

의외로 사람을 오래 버티게 한다.


하루의 끝을 다정하게 마무리하기

많은 하루가 ‘무의식’ 속에서 사라진다.

바쁘게 지나고, 피곤하게 눕고,

기억하지 못한 채 다음 날을 맞는다.


하지만 하루는,

어떻게 닫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을 남긴다.


하루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져보는 것.

“오늘, 무엇이 가장 따뜻했지?”

“어떤 순간에 웃었지?”


그리고 그 답을

마음속에 오래 머물게 해보는 것.

짧은 메모 한 줄이면 충분하다.


“오늘, 창문 너머로 해 지는 걸 봤다.”

“퇴근길,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말없이 건넨 컵라면이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하루를 ‘닫는’ 시간,

그것은 어쩌면,

내 삶을 더 깊이 기억하게 만드는 의식인지도 모른다.


그런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의 하루는 더 이상 흐릿한 숫자가 아니라

기억 속 어딘가에서 은은히 반짝이는—

작은 빛으로 남는다.


결국, 하루는 삶의 최소 단위

우리는 흔히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되새기느라

지금 이 하루의 무게를 놓쳐버린다.


하지만 미래도, 과거도

결국은 하루하루가 쌓인 결과일 뿐이다.


오늘을 성실히 산다는 것은

내 삶과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다.


아주 평범한 하루가

어느 순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특별한 날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하루를 조용히 빛나게 한다.


그러니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물을 끓이고, 말을 아끼고,

한 번쯤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보자.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하루와 나란히 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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