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 화장실 앞에서만 긴 줄이 설까?

공간의 평등을 넘어 시간의 평등까지

by 콩코드


도심의 복합 쇼핑몰, 콘서트장, 공항, 대학교 강의동…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하나. 남자 화장실은 비교적 여유롭고, 여자 화장실 앞에는 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이 장면은 단지 시설 배치의 차이로만 보아야 할까, 아니면 사회 구조가 투영된 하나의 ‘신체 문화적 풍경’일까?


사실, 이 문제는 ‘생리학적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생리 현상 외에도 옷차림, 생리대 교체, 아이 동반 사용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늘 '기다리는 것'을 여성의 몫으로 남겨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시설 설계부터가 남성과 여성을 '같은 면적으로 나누어야 공평하다'는 기준에서 출발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사용 방식과 시간의 차이를 고려하면 동일한 면적은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이런 불균형을 ‘화장실의 성차별(Resting Room Gender Inequity)’로 규정하고, 여성 화장실의 칸 수를 더 많이 확보하는 법제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는 단지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존중’에 관한 문제다.


화장실은 가장 사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공적인 공간이다. 바로 그곳에서 여성은 '기다림'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을 견딘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전제로 한 화장실 설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일상의 피로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같이 화장실을 가자’는 말이 여성들 사이에서 연대의 상징이 된 것도, 어쩌면 이 사회가 공공공간에서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은 '안전'과 '속도'를 스스로 확보하려는 무의식의 표현일지 모른다.


줄은 선다는 것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 인정을 넘어 이 공간에서 내가 밀려났다는, 질서 바깥에 있다는 무언의 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화장실 앞에서의 이 풍경은 성차별이 때로 얼마나 '은근히'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 심리학적 증표다.





해외의 예: ‘칸 수의 평등’에서 ‘시간의 평등’으로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공공 화장실 설계에서 여성의 평균 사용 시간을 반영해, 여성 화장실 칸 수를 남성보다 2배 이상 확보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 후쿠오카 시는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장실 재배치 계획을 수립하며,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건축 단계부터 젠더 평등 설계를 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면적’이 아니라, ‘다르게 사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진정한 공간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여성의 이중 부담: 줄 서는 여성, 아이를 안은 여성


많은 여성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기다림’이라는 구조적 불편 외에도 ‘돌봄’이라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동시에 수행한다. 아이를 동반해 들어가야 하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은 더욱 긴 체류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 시달린다. 이는 단지 위생 문제가 아니라 ‘공공시설 설계에서 돌봄이 여성의 몫으로 전제된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남성 화장실에는 여전히 기저귀 교환대가 부족하며, 양육 공동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여전히 편향되어 있다.


제3의 가능성, 젠더 뉴트럴 화장실


젠더 뉴트럴 화장실은 성별 이분법을 넘어서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장애인, 보호자 동반자 등 다양한 신체 조건과 정체성을 고려한 공간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교, 박물관, 공공청사를 중심으로 실험적 도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 인식은 낮다. 그러나 ‘화장실은 생리적 공간이자 정치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젠더 뉴트럴 화장실은 포용적 사회로 가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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