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광주 곤지암] 어디 좋은 데 없을까?

여행 중 영화 즐기는 법, 단풍이 화사한 숲, 꽁보리밥에 청국장 어때?

by 콩코드


- 영화 〈플라워 킬링 문〉, 〈화담숲〉, 〈초월 보리밥〉​​


인디언 레저베이션​


레이더스 밴드(Raiders)가 1971년에 발표한 노래, ‘인디언 레저베이션(Indian Reservation)’. 이 노래에는 대대로 살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혀 살아야 했던 체로키 부족의 암담한 현실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을 보았습니다. 영화관 문을 나서는데 때마침 생각났다는 듯 친구가 그럽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어머니 일손을 도와드리느라 포장마차에서 자주 그 노래를 들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제게 들려주는데 저는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답답했는지 이 노래를 어떻게 모르냐며 연신 타박을 주더군요. 그렇다고 모르는 걸 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친구는 영화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소수 부족의 처지가 당시 자신과 어머니를 둘러싼 헤어날 길 없는 환경에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음악이 영화에 쓰이지 않은 것을 내내 아쉬워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이상 사진과 사진 속 글 내용 출처, 지식 서재
음악, 인디언 레저베이션



Indian Reservation

"They took the whole Cherokee nation 그들은 체로키 땅 전부를 가져갔네

put us on this reservation 우리를 이 보호구역에 몰아넣고



Took away our ways of life 우리의 생활방식,

The tomahawk and the bow and knife 돌도끼와 활과 칼마저 가져가 버렸네



Took away our native tongue 우리의 모국어도 빼앗고

taught their English to our young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네



And all the beads we made by hand 그리고 우리가 손으로 꿴 구슬들은

are nowadays made in Japan 지금은 일본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네



Cherokee people, Cherokee tribe 체로키 사람들, 체로키 부족

so proud to live, so proud to die 자랑스럽게 살고, 자랑스럽게 죽네"



They took the whole Indian nation 그들은 인디안 부족 전부를 점령했네

locked us on this reservation 우리를 이 보호구역에 가둬놓았네



Though I wear a shirt and tie 내가 셔츠와 타이를 입기는 하지만

I'm still part redman deep inside 나는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선 인디언이라네



Cherokee people, Cherokee tribe 체로키 사람들, 체로키 부족

so proud to live, so proud to die 자랑스럽게 살고 자랑스럽게 죽네



And someday when they learn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도 알게 되리니

Cherokee Indian will return, 체로키 부족은 부활하리라,



will return, will return 부활하리라, 부활하리라



오세이지족 연쇄살인 사건 보도. 1929년 1월 6일 오클라호마주 지역 신문, The Daily Oklahoman
연쇄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몰리 버크하트와 남편 어니스트



친구는 음률에서 인디언들의 슬픔이 속깊이 전해져온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일손을 돕던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고 친구는 한참을 상념에 잠겼습니다.


행진곡 풍의 음률에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정서를 느꼈는지 물었지만 친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노래 가사를 따로 살펴보자고 제안하더군요.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인디언 레저베이션, 가사 슬픔”이라는 친구의 단답형 문자를 받고는 서둘러 가사를 찾았습니다.



〈플라워 킬링 문〉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함께 사는 인디언과 백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무슨 달달한 이야기라도 쏟아져 나올 분위기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백인들이 인디언 원주민들의 소유를 가로채려는 음모와 살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인디언들이 체로키족인지는 딱히 확인된 바 없습니다. 체로키족과 그들이 처한 환경이 배경의 일부가 아니라고 이 영화가 극 몰입도를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인물이 워낙 출중한 연기력으로 극에 사실감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4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엉덩이도 제법 잘 견뎌주었습니다. 비까번쩍한 마블 영화조차 러닝타임이 3시간 정도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길이입니다.





〈플라워 킬링 문〉에 분위기 반전, 격정적인 전개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내내 관객에게 극적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전적으로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관객들의 몰입도는 초반부터 연신 최고치를 경신합니다.


잘된 시나리오가 거두는 영화적 몰입의 강도가 자주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립니다. 이 영화에서만큼은 배우의 비중이 그 몇배는 될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주연배우 두 명의 연기를 연기가 아닌 실생활로 받아들일 만큼 생생했다고 하면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고 욕먹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영화를 보자던 친구의 말에 배우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적어도 두 번은 놀랐습니다. 주연배우가 자그마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로 이들이 모두 걸출한 스타인데다 이들이 출현한 영화가 개봉관에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자꾸 성화를 붙였지만, 평일 저녁이라든가 주말 조조 상영이라는 구미를 당기는 시간대 상영관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도 화담숲에서 서둘러 차를 돌려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오후 5시 5분 상영관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지만 길이 워낙 막히는 통에 결국 시간에 닿지 못했습니다. 제풀에 지쳐 거기서 가까운 카페에 들었습니다. 지친 몸을 달랠 요량이었습니다. 화담숲도 구경하지 못하고 영화마저 날려버렸으니 제게 원성이 꽂혔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욕이란 욕(?)‘은 다 먹다가 혹시나 싶어 다른 영화관을 검색하자, 그 시각에 왜 실없이 검색할 마음을 먹었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정말 기절초풍하고 말았죠. 전날 저녁부터 당일 아침까지 오후 시간대의 상영관을 찾느라 영화관이라는 영화관을 다 뒤졌거든요.



아닌 밤 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7시 15분 상영이 탁 튀어나오고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말을 꺼내보았자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았습니다. 머뭇거리다 친구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외외로 아주 의외로 친구가 반색하며 쳐다보는데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주말이라고 청국장 잘하는 집에서 보리밥을 먹은 게 전부였던 일정에 햇살이 비춘 것입니다. ​​



이상 초월보리밥


청국장에 꽁 보리밥 어때?​

화담숲에서 멀찍이 떨어진 <초월 보리밥>에서 친구가 좋아하는 청국장으로 오랜 만에 시골 맛을 본 것까지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습니다. 시골 인심으로 똘똘 뭉친 주인장의 살가운 목소리, 아무 걱정 마시고 더 드세요,를 연발하는 사람 좋은 목소리를 들으며 정갈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요즘 시절 과객으론 드문 성가입니다.



그 집에선 시골 밥상이라면 연상됨직한 시골 반찬 일체와 보리된장, 청국장에 돼지고기 철판구이와 코다리 철판구이를 한상 차림으로 냈습니다. 이름하여 청국장 정식입니다. 15000원에 꽁보리밥에 그 많은 걸 얹어 먹을 수 있으니 비싼 가격이라 할 수 없습니다. 판교 운중동의 장모집에서 파는 한정식 25000원에 견줘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건물은 옛집을 조금씩 보수하며 방 몇개를 덧댄 형식이라 기형적입니다. 편의에 따라 실용성을 높인 구옥이라고 하면 맞을 듯합니다. 높은 문지방과 상대적으로 낮은 방문턱을 지나 내실로 들어갈 때는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주의한다고 했는데도 전 두 번이나 부딪히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거실로 꾸민 공간이 넓은 만큼 부딪힐 걱정 없이 거실에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4인 테이블이 6개 밖에 안 들어가는 내실은 옛날 방구석 느낌이 살아있어 운치를 더한다는 거, '안 비밀'입니다.



장점 외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천에서도 가까울 만큼 먼 거리라는 점에서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것과 주변에 동종의 음식점이나 편의 시설이 없다는 점도 난제 중 하나입니다. 오직 음식 한 가지만 보고 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불어 화장실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식에 비해 화장실 관리가 너무 안 되어 있습니다. 시골 정찬을 기분 좋게 즐기고 나서 화장실을 다녀온 손님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좋던 음식 맛이 싹 가셨다고 말이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초월 보리밥>에서 화담숲까지 차로 꽤 되는 거리(25분 소요)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화담숲 가는 길



숲속 단풍은 다음 기회에​

문턱을 성큼 넘어 가을색으로 완연하게 물들어가는 능선이 보기 좋습니다. 화담숲은 그 안쪽에 자리잡고 있을 터입니다. 곤지암 리조트 내에 위치한 화담숲은 지역민들을 넘어 상추객들의 군침을 확실히 사로잡은 듯했습니다. 날이 많이 찬 그날도 화담숲으로 가려는 차량과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리프트에 다다른 뒤에도 우린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 감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매달려 한 3백미터쯤 가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입니다.


입구 안쪽으로 잘가꾼 조경이 눈길을 끌더군요. 입구 출입문을 경계로 안팎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여기까지 오고서 안 들어간 사람들이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입구 오른쪽으로 매표소가 있고 왼쪽으로는 매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매표만 하면 끝입니다.


분위기가 어째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더군요. 방문객에 비해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너무 적었습니다.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전광판이 저를 째진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현장 매표 불가. 서둘러 예매를 하려는데 가장 빠른 입장이 1시간 뒤입니다.



가을 초입이라고 해도 산중이라 추위가 매섭습니다. 예매를 하더라도 예매 시각으로는 30분 남짓 밖에 화담숲을 둘러 보지 못합니다. 주말 막히는 시간을 감안하면 영화관까지는 1시간을 족히 넘길 겁니다.



시간 안에 영화관에 당도하려면 화담숲 일정을 포기하는 게 여러모로 이롭습니다. 아니면 영화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숲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낸 친구와 전 그 길로 내달렸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후자마저도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시, 〈플라워 킬링 문〉

영화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어니스트 버크하트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윌리엄 킹 헤일 역의 로버트 드 니로의 위험한 질주가 폭발 직전의 양상으로 번지며 장면을 가득 메웁니다. 지역 보안관과 결탁한 지주(킹), 그리고 지주 밑에서 운신의 폭을 확대하려는 조카 어니스트의 전횡과 폭거는 이미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멈출 줄 모릅니다.



브레이크를 잃은 기관차를 세울 유일한 방도는 탈선 혹은 충돌 외에 없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를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질 끔찍한 비극의 서막이 대단히 격정적인 형태로 화면 속에 등장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쏘고 더러는 개울에 처박혀 죽습니다. 살상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하이에나처럼 다가오는 추악한 음모와 표독스럽고 욕심 많은 늑대들의 배신 위에 오세이지족의 추락이라는 밑그림을 빠르게 그립니다.



당시 오세이지족은 거류지에서 오일이 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를 노린 킹 헤일은 갓 제대한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끌어들여 오세이지족이 가진 오밀 머니를 전부 강탈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이 전모를 드러내는데......



로버트 드니로는 오세이지족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며 그들에게 신망을 얻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 그들을 스스럼없이 죽이는 악한을 사실적으로 연기합니다. 초반부의 서스펜스를 로버트 드 니로가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말이죠.



삼촌의 극악무도한 음모를 알고도 사태를 방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민하는 인물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웅숭깊게 그려냈습니다.



제3의 주연배우라 할 릴리 글래드스톤은 모친과 자매들의 잇따른 죽음 앞에 극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낸 몰리 버크하트 역을 맡아 관객을 오세이지족이 처한 참혹한 현실과 다가올 칠흑 같은 미래에 전격적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들 3인방이 그려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중신이 된 각각의 장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칩니다.





영화적 사실이란 때때로 극적 긴장감을 위한 극의 변주를 전제하지만 사실을 기초로 한 영화의 경우 원작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말 또한 익히 알려진 터라 상대적으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요소가 사실 너무 많습니다.



대중 매체를 통한 사회 고발 현세는 물론 후세에 교훈으로 남기려는 기획 의도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의 필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말을 아는 관객에게 시종 어떤 방식으로 극적 긴장감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부분의 과제는 실로 기대 난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연배우의 탄탄한 연기력과 인물 묘사만이 해답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평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조연배우들도 주연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대사를 극도로 절제하며 그 공간에 내면 연기를 가득 밀어 넣어 관객이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기 좋게 만든 것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한편의 잘 된 영화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시나리오가 만든다는 사실이 명징하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안 봤으면 어쨌을까 싶은 생각이 전 들었습니다. 여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채 글을 이어가는 것만 봐도 제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연기력에 승부를 건 정통 영화의 탄생. 유감스럽게도 ‘청불’이라 개봉관이 많지 않습니다.



그 여파로 낮은 관람수가 낮은 평가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기현상도 거기서 벌어졌을 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가 영화관에 든 시각이 상영시각을 조금 넘긴 일요일 저녁 7시 28분이었습니다. 그 시각 영화관에는 여남은 명의 관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시된 입장 관객 수에 현혹되지 마시고, 디카프리오와 드니로라는 믿고 보는 배우의 영화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출과 의상, 영화 세트도 일품입니다. 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감상평, 관련 단편들은 다른 지면을 통해 찾아뵙겠습니다. 공기가 많이 찹니다. 독감도 기승을 부리고요.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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