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명은 지리일까, 마음일까?

『총, 균, 쇠』와 『팩트풀니스』가 묻는,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개의 법칙

by 콩코드

운명은 지리일까, 마음일까? : 당신이 세상을 오해하는 두 가지 이유

당신은 세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까?

독자 여러분께 다소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 하나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과연 세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계십니까?"


자, 이제 독자 여러분의 세계관 정확도를 시험해 볼 시간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정답이 '예스(Yes)'인지 '노(No)'인지 마음속으로만 빠르게 답해 주십시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아직도 '극빈층'(하루 $2 미만 생활)에 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두 배로 증가했다?

​오늘날, 전 세계 여성 인구의 대다수는 교육을 받지 못한다?


​아마 여러분 중 대부분은 이 세 가지 질문 중 하나 이상에 '예스(Yes)'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슬프게도 이 세 가지 문장은 모두 '노(No)'가 정답입니다.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전 세계 극빈층 비율은 절반이 아니라 2024년 기준 9% 수준으로, 지난 25년간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자연재해 사망률은 두 배로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여성 교육 수준 역시 놀랍도록 향상되어, 이제 전 세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하는 여성은 소수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생겨났을까요? 우리는 왜 세상을 실제보다 더 나쁘고, 더 위험하게 느끼는 걸까요? ​바로 이 질문이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첫 번째 주제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도록 만드는 '10가지 심리적 함정'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감정의 안경'을 낀 채 세상을 바라봅니다.


​영웅의 서사 뒤에 숨겨진 진짜 드라마

​역사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지도자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거나, 악랄한 독재자가 세상을 파괴하는 '영웅과 악당의 서사'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만약,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한 전쟁의 승패가 총이나 전략 이전에, 보이지 않는 '환경' 때문이었다면 어떨까요? 만약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지배하게 된 이유가 지도자의 능력 이전에, 그 땅에 '씨앗'과 '가축'이 있었는지 여부 때문이었다면요?


​오늘 우리는 역사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들여다볼 두 가지 전혀 다른 렌즈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렌즈는 바로 '환경 결정론'입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명저,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운명이 개인의 노력이나 인종적 우월성이 아니라, 그 땅에 주어진 지리, 씨앗, 가축, 그리고 병균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곧 문명의 운명은 이미 환경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통찰을 던져줍니다.


​두 번째 렌즈는 '데이터와 심리학'입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오해가 결국 비합리적인 집단 행동을 유발하며 역사의 크고 작은 비극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합니다. ​즉, 문명의 운명은 사실, 오해와 편견에 갇힌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통찰입니다.


​자, 이제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최종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문명의 운명은 그 땅의 지리(환경 결정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해와 편견에 갇힌 우리의 마음(데이터와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는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두 권의 책(『총, 균, 쇠』와 『팩트풀니스』)을 통해 깊이 있게 톺아보겠습니다.



​환경 결정론의 충격: 역사는 '지리 선생님'이 결정했다

​마법의 '축'과 '씨앗':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마다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구 문명은... 대단한 정신력과 합리적인 사고방식 덕분에 위대해졌다"는 식의 서사죠. 왠지 모르게 서양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유전자가 있었을 것 같고, 동양인이나 다른 대륙 사람들은 게을렀거나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통념을 깡그리 부숴버리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친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입니다. 그는 선언합니다.


​"역사의 승패는 인종적 우월성이나 정신력이 아니라, 순전히 당신이 태어난 땅, 즉 '지리'가 결정했다."


​단적으로 묻겠습니다.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영리한 전략? 아닙니다. 다이아몬드가 찾아낸 답은 너무나 허탈합니다. 바로 '뚱뚱한 씨앗'이 유럽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뚱뚱한 씨앗'이란 쉽게 농사지어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밀, 보리 같은 작물을 말합니다.


​더 나아가, 유럽이 속한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습니다. 이 '동서 축'이 왜 중요할까요?


​기후대가 비슷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개발된 농사 기술이나 작물 품종이 동쪽이나 서쪽으로 마치 고속도로를 탄 것처럼 쉽게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유라시아는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어 있습니다. 북쪽에서 성공한 옥수수 농사 기술을 남쪽 끝으로 가져가려면, 완전히 다른 기후대를 여러 번 통과하며 새로운 적응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기술 전파 속도는 유라시아에 비해 현저히 느렸습니다.


​유럽이 수백 년 동안 식량 걱정 없이 인구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안, 아메리카 문명은 아직도 씨앗의 안정화에 골몰해야 했습니다. 문명의 기초 체력이 이미 환경(지리)에 의해 압도적으로 갈려버린 것입니다.


​"당신의 문명이 어디에 태어났는지가 당신의 운명을 거의 결정했다."


​이 냉정한 결론이 바로 환경 결정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충격입니다.


​가축의 배신: 문명의 엔진과 보이지 않는 '균'의 폭격

​농업의 안정화만으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환경의 선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는 두 번째 결정타로 '가축화하기 쉬운 동물'을 꼽습니다.


​이 역시 유라시아 대륙의 압승이었습니다. 소, 돼지, 양, 염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 이 동물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짐을 나르는 운송 수단, 밭을 가는 트랙터, 그리고 전쟁에서 쓰이는 탱크 역할을 했죠. 유라시아 대륙은 말이라는 '문명 엔진'을 달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대륙은 어땠을까요? 아프리카에는 가축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얼룩말이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에는 라마가 있었지만, 등에 무거운 짐을 싣거나 쟁기를 끌기에는 힘이 약했습니다. 가축이 없으니 농사도 더뎠고, 문물 교류도 더뎠습니다.


​결국, 유라시아 대륙만 혼자 시속 100km로 달린 셈입니다. 이처럼 가축의 유무는 문명의 발전 속도에 결정적인 격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축은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비대칭적인 무기를 선물했습니다. 바로 '균'입니다.


​수천 년 동안 가축들과 뒹굴며 살았던 유라시아 사람들은 가축으로부터 넘어온 수많은 병균(천연두, 홍역 등)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면역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일부'였던 이 병균이,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잔혹한 '보이지 않는 폭격기'가 됩니다.


​역사를 보면, 유럽 군대가 신대륙 원주민과 싸우기도 전에, 유럽에서 온 '균'이 먼저 대륙을 휩쓸었습니다. 천연두 앞에 잉카와 아즈텍 문명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습니다. 그들의 면역 시스템은 이 새로운 침략자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럽의 승리는 총이나 전략보다 가축과 함께 살며 얻은 '면역력' 덕분이었다니, 얼마나 허탈하고 냉정한 진실입니까?


​당신 동네의 '운명': 노력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시스템의 힘

​이 거대하고 차가운 '환경 결정론'은 수천 년 전 역사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여전히 '시스템'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습니다.


​혹시 당신은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100% 노력만으로 결정된다고 믿으시나요? 죄송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강남을 생각해 봅시다. 강남이 지금의 '교육 특구'이자 '경제 중심지'가 된 것은, 단지 그 지역 사람들이 특별히 독하거나 똑똑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결정적인 것은 '정부가 설계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지하철 노선, 영동대교, 명문고 집중 배치 같은 거대한 환경이 그 지역의 운명을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했던 땅이, '운 좋은 환경'이라는 엔진을 달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이후에 그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최적의 환경에 올라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역시 '운 좋은 씨앗'과 '가축'의 현대판인 '양질의 정보 접근성', '상위 1% 인맥', '검증된 인프라'가 있는 곳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대학, 어떤 회사, 어떤 동네를 선택했는지가 나의 작은 노력이나 의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총, 균, 쇠』가 주는 첫 번째이자, 가장 쓰라린 통찰입니다.


환경이 해결 못 하는 의문의 1패: 인간의 의지

​하지만 환경 결정론이 모든 역사적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역사는 너무나 재미없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이아몬드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역사에는 분명히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나폴레옹이 혹독한 러시아의 추위를 이겨내지 못했더라도, 그의 리더십이 유럽 전체에 미친 영향은 여전히 거대합니다. 환경은 거대한 룰(Rule)을 정했지만, 그 룰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환경 결정론은 우리에게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 수 있다"고 속삭이는 차가운 진실입니다. 이 냉정한 시스템의 힘을 인정한 우리는, 이제 두 번째 렌즈를 꺼내 들어야 합니다. 바로 인간의 '마음'과 '비합리적인 행동'을 파헤치는 심리학의 렌즈입니다.


​운명이 지리(환경)의 손아귀에 있다면, 인간의 의지나 선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다음 장에서는, 우리의 작은 심리적 오해와 편견이 어떻게 거대한 역사적 오류와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그 함정을 깨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마음속의 '10가지 함정': 역사를 움직인 인간의 비합리성

​왜 우리는 비극을 사랑하는가: 부정 본능과 공포 본능

앞서 <환경 결정론의 충격>에서 우리는 환경이 우리의 운명을 얼마나 냉정하게 결정하는지 보았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의 힘은 강력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왜곡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가 던지는 핵심 질문입니다. 로슬링은 우리가 세상을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쁘고, 더 무섭고, 더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를 우리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10가지 본능'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본능들은 수십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오판하게 만드는 함정이 됩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부정 본능'과 '공포 본능'입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평범한 진실보다, '세상은 망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훨씬 더 잘 반응합니다. 뉴스 보도를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 문해율이 1% 상승했다는 기사는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없지만, 비행기 추락 사고나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은 다음 날 아침까지도 우리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이 부정 본능은 우리가 데이터를 볼 때조차 작동합니다. 가령, 어떤 개발도상국의 아동 사망률이 10년 전 40%에서 지금 20%로 줄었다고 합시다. 여전히 20%나 죽는다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50%나 개선되었다'는 놀라운 변화는 놓치기 쉽습니다. 우리는 '남아있는 문제'에 집착하느라 '해결되고 있는 과정'을 보지 못합니다. 이 부정적 세계관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결국 역사의 흐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거대한 역사 속의 '비난 본능'과 '일반화 본능'

​개인의 비관적인 마음가짐이 어떻게 거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폭발할까요? 로슬링은 '비난 본능'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우리의 뇌는 '간단한 원인'과 '명확한 적'을 찾으려 합니다. 누가 이 문제의 책임자인가? 누가 우리의 불행을 초래했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 비난 본능이 역사적 규모로 확장될 때, 우리는 쉽게 희생양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시대를 생각해 봅시다. 경제가 무너지고 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날 때, 사람들은 복잡한 경제 시스템의 오류를 파헤치는 대신, '특정 이민자 집단 때문이야' 혹은 '부패한 정치인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단순한 구호에 열광했습니다. 이 비난 본능은 파시즘과 같은 극단적인 이념을 키워냈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의 발화점이 되었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를 단순한 한 개인이나 집단의 악의로 치환해버린 결과입니다.


​'비난 본능'과 함께 작동하는 것이 '일반화 본능'입니다. '특정 지역 사람들은 게으르다',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은 폭력적이다'라는 식의 섣부른 일반화는 대중의 공포를 극대화시킵니다. 이 일반화는 역사적으로 인종 청소나 차별 법규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단지 '세상을 쉽게 분류하고 싶어 하는' 작은 심리적 습관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역사적 오류를 낳았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아이러니입니까?


​'데이터'라는 진실의 칼: 부정적 편향을 깨는 통쾌함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강력한 심리적 함정들 속에서 무력하게 끌려다녀야 할까요? 아닙니다. 로슬링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 바로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나쁘게 보는 이유는, 세상이 정말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의 '미디어 본능'이 나쁜 뉴스만 보도하고, '간극 본능'이 세상을 '부자와 가난한 자'처럼 극단적으로 양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릅니다. 『팩트풀니스』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우리의 부정적인 세계관은 산산조각 납니다.

​아동 사망률은 1950년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었고,

​문맹률은 대폭 감소하여 대부분의 젊은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극빈층은 꾸준히 감소하여 중간 소득층이 세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고 냉정하게 사실을 전달할 뿐입니다.


​이 통쾌함은 우리를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우리가 가진 '비관적 편향'을 깨트릴 때, 우리는 비로소 문제 해결에 집중할 힘을 얻습니다.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아무것도 못 할 거야"라는 좌절감 대신, "우리는 이미 이만큼 해냈고, 남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되는 것이죠.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거대한 역사적 오류를 막아내는 가장 작은 영웅적인 행동입니다.


나는 시스템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주체인가?

​우리는 <환경 결정론의 충격>에서 환경(지리)이 우리 문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었음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10가지 함정'>에서 본 것처럼, 우리 마음속의 편향(심리) 역시 이 시스템에 깊이 관여합니다.


​이 심리적 함정들은 단순히 개인의 실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강화됩니다. 미디어와 정치는 우리의 '공포 본능'을 자극해야 돈을 벌거나 표를 얻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적으로 세상의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과장하고, 복잡한 문제의 책임을 특정 대상에게 돌리며 비난 본능을 부추깁니다.


​결국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힘에 동시에 휘둘리고 있는 셈입니다. 타고난 지리적 환경이라는 운명과, 쉽게 조작되는 우리의 심리적 편향이라는 운명.


​하지만 『팩트풀니스』는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는 피해자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10가지 함정'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이 시스템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통합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과거 유럽의 성공이 운 좋은 '뚱뚱한 씨앗'과 '가축' 때문이었다면(환경), 현재의 우리가 겪는 사회 갈등이나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가 '데이터'보다 '비난 본능'을 우선시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심리).


​우리는 이미 환경 결정론의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두 가지 강력한 통찰을 합쳐, 오늘날 우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도출해 보겠습니다.


운명을 이기는 우리의 '마음가짐'

​환경 vs. 마음: 대화의 최종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운명론을 탐험했습니다.


​첫 번째, 『총, 균, 쇠』가 말하는 운명은 '환경 결정론'이었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땅의 축 방향, 당신 동네의 지하철 노선, 부모님의 학력 같은 거대한 시스템과 환경이 우리의 운명을 이미 90%쯤 결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진실이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나 의지는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때로 무력함을 느낍니다.


​두 번째, 『팩트풀니스』가 말하는 운명은 '심리 결정론'이었습니다. 세상이 나빠지고 있다는 부정 본능, 복잡한 문제를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비난 본능 같은 우리의 비합리적인 마음이 역사의 오류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현실을 오판하게 만든다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결국, 두 책은 우리에게 공통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당신의 삶과 역사는 당신의 생각만큼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곧 절망적인 결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는 두 책의 통찰을 합쳐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환경은 거대한 룰(Rule)을 정했지만, 그 룰 속에서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판단력'과 '마음가짐'이다."


​나를 바꾸는 '팩트풀니스' 실천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운명'이라는 강력한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제 '환경의 힘'을 인정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노력하면 다 돼!"라고 외치는 대신,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인지하고, '운 좋은 환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환경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바로 역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마음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정 본능을 경계합시다. 내 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이고 나쁜 뉴스 대신,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에 집중해야 합니다.


​실천법은 간단합니다. 누군가 어떤 주장을 할 때, 혹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저 사람은 나쁘다', '저것 때문에 망했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 잠시 멈추고 묻는 것입니다.

​"정말 그 사람 한 명 때문일까? 시스템의 문제는 없을까?" (비난 본능 깨기)

​"정말 세상이 끝장날 정도로 나빠지고 있는 걸까? 숫자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부정 본능 깨기)


​우리의 작은 실천, 즉 '데이터를 확인하는 습관'이야말로 역사적 오류를 막아내는 가장 작은 영웅적인 행동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편향되어 있는 한, 아무리 좋은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또다시 비극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손에 달린 작은 희망

​우리는 이제 지리라는 운명과 심리라는 본능을 동시에 파악하는 강력한 통찰력을 얻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지금 사회 갈등에 지쳐있다면, 그것은 단지 상대방이 나빠서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시키려는 우리 모두의 '비난 본능'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미래를 비관한다면, 그것은 세상이 정말 망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미디어가 당신의 '공포 본능'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시스템의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팩트풀니스'라는 무기로 무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운명은 환경이 정했고, 우리의 본능은 끊임없이 우리를 속이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의식적으로 편향을 극복하고, 데이터를 믿고, 희망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냉정한 운명을 이겨내는 최종적인 마음가짐이자 힘이 될 것입니다.



keyword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