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권력의 대이동: 국가의 전략과 개인의 생존법

나임의 '권력의 종말'과 탈러의 '넛지'를 융합 해부하다

by 콩코드

권력의 대이동과 새로운 생존법을 해부하다

​당신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권력이 거대 조직에서 개인에게로 분산되는 시대에, 국가는 어떻게 통치하고 개인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바로 당신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관통하는 핵심을 꿰뚫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의아해한 적 없나요? 우리는 지금 거대한 권력이 해체되어 당신과 같은 개인에게로 분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국가는 더 이상 명령과 통제라는 구시대적 방식으로 통치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 글은 이 격변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핵심 통찰을 융합합니다.


거시적 진단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이 제시하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거대한 정부, 기업, 군대 등 모든 조직에서 권력이 어떻게 분산되어 '미시 권력(Micro-power)'의 시대를 열었는지 냉철하게 진단합니다.


​미시적 해법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가 제시하는 '개인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권력을 얻었으나 여전히 비합리적인 '인간'을 어떻게 강제 없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새로운 통치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이 두 거장의 통찰을 융합할 때, 비로소 우리는 격변하는 시대의 국가 전략과 그 속에서 주체성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 개인의 생존법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해체와 개인의 비합리성. 이 두 가지 역설을 이해하는 것이 곧, 당신이 이 시대의 혼란 속에서 승자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거대 권력의 해체: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


​사라지는 피라미드: 권력의 획득 난이도와 유지 난이도의 역설

​역사 속에서 권력은 항상 피라미드 형태였습니다. 소수의 지배자가 폭력, 부, 지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자원을 독점하고 다수를 통제하는 견고한 구조였죠. 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도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지만, 일단 그 자리에 오르면 권력은 수백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이제스 나임은 오늘날 이 거대한 피라미드가 붕괴되고 있다고 선언합니다. 권력을 '획득'하기는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일단 획득한 권력을 '유지'하기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역설적인 진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정치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정부, 거대 기업, 군대, 전통적인 정당, 심지어 종교 단체 등 모든 종류의 거대 조직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수십 년의 저항과 혁명이 필요했던 조직의 붕괴가 이제는 인터넷 밈 하나, 내부 고발자의 스캔들 폭로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신뢰를 잃고 무너집니다. 나임은 이 현상을 "권력의 확산(Diffusion of Power)"이라 부르며, 이제 권력은 소수의 손아귀에 머물지 않고 수많은 파편으로 흩어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권력의 분산을 촉진한 세 가지 혁명(3M)

​나임은 이 거대한 권력 이동, 즉 권력의 장벽을 낮추고 통제력을 약화시킨 세 가지 결정적인 힘, 3M 혁명을 제시합니다. 이 세 가지 힘은 거대 권력의 통제력을 갉아먹는 시대의 물결과 같습니다.


More:'더 많아지는 것'의 압력과 통제 불가능성

​권력에 참여하고 도전하는 개인의 수가 역사상 유례없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교육 수준의 향상, 도시화, 그리고 디지털 접근성의 확산에서 비롯됩니다.

​참여의 폭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만이 정치, 경제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여론을 형성하는 '여론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한 명의 소비자가 올린 불만 글이 거대 기업의 주가를 흔들고,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며, 심지어 거대 기업의 불매운동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통제 불가능성: 통치해야 할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들의 지적 수준과 비판 능력이 높아지면서 강압적인 통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한때 절대적 권위를 자랑했던 정부나 CEO가 사소한 행정 처리 문제나 윤리적 실수로도 시민들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이 압력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권력의 통제력을 무력화시킵니다.


Mobility: '이동성이 높아지는 것'의 해방과 정보 독점의 종말

​기술과 물류의 혁명은 사람, 자본, 정보의 물리적/비물리적 이동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이동성'은 권력의 전통적인 장벽, 즉 국경을 허물어뜨리는 강력한 힘으로 작동합니다.

​정보 독점의 종말: 과거 권력은 정보의 독점에서 나왔습니다.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을 계몽하는 방식이 통했지만,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은 정보를 즉시적이고 국경 없이 이동시킵니다. '위키리크스'나 내부 고발자들의 등장은 권력이 통제하는 '공식적인 진실'은 더 이상 없음을 증명합니다. 권력은 이제 정보를 '숨기는 힘'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하는 능력'에서 나와야 합니다.

​물리적 탈출: 숙련된 인재나 막대한 자본은 이제 불리한 국가나 규제가 심한 지역을 쉽게 떠날 수 있습니다. 국가나 기업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세금이나 규제가 인재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그들은 즉시 더 자유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나임은 이러한 '이동성'이 권력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비물리적 무기라고 해석합니다.


​Mentality: '정신적인 것'의 고양과 권위에 대한 불신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의 사고방식(Mentality)의 변화입니다. 계몽주의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인권 의식,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권위와 계층적 통치에 대한 불신과 저항으로 나타납니다.

​권위에 대한 도전의 일상화: 사람들은 이제 "국가니까, 사장님이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거부합니다. 지도자나 권위자는 자신의 권력을 논리와 투명성, 그리고 윤리로 끊임없이 입증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비합리적이거나 부패한 모습이 포착되면, 대중은 즉시 권위를 의심하고 도전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권위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며, 이들의 '정신적인 변화'가 미시 권력의 가장 강력한 원천이 됩니다.


​'미시 권력'의 탄생: 해방된 개인의 새로운 책임

​나임의 진단은 하나의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거대 권력은 해체되었고, 그 권력은 수많은 개인(미시 권력)에게 분산되었습니다.


​이 미시 권력의 탄생은 긍정적으로는 시민의 자유와 참여를 확대하고 독재를 견제하는 힘이 되지만, 부정적으로는 정부나 국제 기구의 통치력을 약화시켜 사회적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때 강력했던 WHO와 같은 국제 기구의 권위가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의 미시적 이해관계와 정보 유통 속에서 약화되는 현상도 권력 분산의 한 단면입니다.


​권력은 당신에게 왔습니다. 당신은 이제 자신의 소비, 투표, 소셜 미디어에서의 발언 등 모든 작은 행동이 거대한 권력을 움직이는 미시 권력이 되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그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음 장은 바로 이 '권력을 얻은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며, 국가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입니다.


미시 권력의 유도: 《넛지》가 제시하는 새로운 통치 기술


​인간(Human) vs. 이콘(Econ): 우리는 천재이자 바보다

앞서 <거대 권력의 해체: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에서 모이제스 나임은 권력이 개인(미시 권력)에게로 이동했음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이 '권력을 얻은 개인'이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행동경제학자인 그들은 기존 경제학의 가설, 즉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며 모든 정보를 처리해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이콘(Econ, 경제적 인간)'이라는 전제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대신, 우리의 뇌가 체계적으로 오류를 범하며, 때로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도 외면하는 '인간(Human)'이라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우리는 대니얼 카너먼이 말한 대로,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게으르고 충동적인 시스템 1(직관)과, 느리고 논리적이지만 쉽게 지치는 시스템 2(숙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즉, 우리는 천재적인 시스템 2를 가졌지만, 일상의 대부분은 게으르고 충동적인 시스템 1에 의해 지배당하며, 쉽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천재인 동시에 바보라는 것입니다.


​국가나 기업이 강압적인 통제를 잃어버린 '권력 종말의 시대'에, 이 비합리적인 '인간'들의 미시 권력을 어떻게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요? 그 혁신적인 해답이 바로 넛지(Nudge)입니다.


​넛지의 철학: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탄생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처럼, 금지나 명령 없이 환경 설정을 통해 개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입니다. 이 개입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라는 독특하고 역설적인 철학에 기반합니다.


​자유주의 (Libertarian)의 존중

​넛지 개입의 첫 번째 원칙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선택이라도,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쉽게 개입을 거부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넛지는 사람들에게 강요하거나 벌칙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식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도, 원하면 언제든 정크푸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개입주의 (Paternalism)의 필요성

​그러나 넛지는 인간의 체계적 오류를 인정하며, 완벽한 합리성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선택 설계자(정부, 기업, 학교 등)는 인간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저축 실패, 건강 악화 등)을 줄이기 위해 부모처럼 개입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권력 이동 시대의 통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이제 국가는 "이것을 해라, 아니면 벌금을 물어라!"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하세요. 다만, 당신의 미래를 위해 이쪽 길이 더 좋아요."라고 조언하는 조언자이자 환경 설계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넛지의 핵심 전략: 환경 설계와 비합리성 활용

​넛지의 성공은 인간이 가진 심리적 편향, 즉 '인간의 약점'을 인정하고 이를 선한 의도로 활용하는 데서 나옵니다. 넛지 전략은 크게 환경 설계와 정보 프레이밍을 통해 작동합니다.


​디폴트 옵션 (Default Option)의 마법

​인간의 가장 강력하고 게으른 편향 중 하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회피하고, 현재의 상태(디폴트 값)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입니다. 넛지는 이 심리를 활용해 디폴트 옵션을 설정함으로써 막대한 행동 변화를 유도합니다.

​퇴직 연금 자동 가입: 직원을 퇴직 연금에 자동으로 가입시키고(디폴트), 원치 않을 경우만 탈퇴(Opt-Out)하게 하면, 자발적 가입(Opt-In)보다 훨씬 높은 저축률을 달성합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노후 불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장기 기증 동의: '기증을 원치 않으면 체크 해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기증을 원하면 체크'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의 나라보다 장기 기증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선택에서 '인간의 게으름'과 '현상 유지 편향'을 사회적 선(善)으로 활용한 넛지입니다.


​프레이밍(Framing)과 사회적 규범 넛지

​넛지는 단순히 디폴트 설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프레이밍)이나 사회적 규범을 활용해 선택을 유도합니다.

​손실 프레이밍의 강력함: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입는 고통에 두 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항암 치료를 받으면 90%의 확률로 생존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보다 "이 항암 치료를 받지 않으면 10%의 확률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훨씬 강력한 행동 변화와 선택을 유도합니다. 국가는 건강, 안전 등 중요 정책에서 이 '손실 프레이밍'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대중의 경각심을 높입니다.

​사회적 넛지: "당신의 이웃 90%가 이미 전기 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을 이용해 개인의 친환경 행동이나 세금 납부율을 높입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타인의 행동에 민감하다는 심리를 활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넛지가 아무리 세련된 통치 기술이라 할지라도, 이는 결국 권력이 해체된 시대의 문제, 즉 나임이 말한 '미시 권력'의 새로운 책임 문제로 귀결됩니다. 국가가 넛지를 통해 국민을 유도하려 할 때, 국가는 어떤 윤리적 경계를 지켜야 하며, 넛지를 당하는 개인은 어떻게 주체성을 방어해야 할까요? 다음 장에서는 이 두 거장의 통찰을 융합하여, 권력 이동 시대의 국가 전략과 개인의 생존법을 입체적으로 해부합니다.

융합의 시너지: 미시 권력 시대의 국가 전략과 개인의 생존법


​국가의 전략: 강압에서 '선택 설계'로의 전환과 윤리적 책임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 해체론과 탈러/선스타인의 넛지를 결합할 때, 현대 국가가 취해야 할 새로운 전략은 명확해집니다. 그것은 바로 강압적인 통치를 포기하고 '투명한 선택 설계자'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통제의 포기

국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폭력이나 정보 독점을 통해 시민을 통제하려 할 수 없습니다. 'More'와 'Mobility' 혁명으로 무장한 미시 권력은 이러한 시도를 하는 순간 강력한 반발과 권위 상실로 응답할 것입니다. 독재나 강압은 이제 '유지 불가능한 권력'이 되었습니다.


​선택 설계자로서의 역할

대신 국가는 미시 권력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그들의 비합리성(Human)을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는 시민들의 선택 환경을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설계하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퇴직 연금, 건강보험 가입, 친환경 제품 선택 등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에서 '가장 좋은 디폴트 옵션'을 설정해줌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돕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권력이 분산된 시대에 국가가 통치력을 유지하고 사회적 선(善)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세련되고 윤리적인 통치 기술입니다.


​개인의 생존법: 넛지 속에서 '시스템 2'로 이성을 지키는 방법

​권력이 당신에게 왔지만, 동시에 당신은 넛지의 끊임없는 유혹에 노출되었습니다. 당신의 통장, 건강, 정치적 선택까지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선택 환경'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미시 권력의 주체가 된 당신이 '넛지의 수혜자'로 남을지, 아니면 '넛지의 희생양'이 될지는 오직 당신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시스템 2 가동 훈련

우리는 게으르고 충동적인 시스템 1의 지배를 받기 쉽습니다. 주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훈련은 '메타인지적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디폴트 옵션에 무임승차하고 있는가?", "이 선택지는 왜 나에게 이렇게 제시되었는가? 나에게 유리한가?"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넛지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넛지를 설계한 사람의 의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이성(시스템 2)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콘'처럼 행동할 때

투자가 필요한 장기적인 결정(은퇴 설계), 건강 문제(식습관), 중요한 윤리적 판단에서는 감정에 휘둘리는 게으른 '인간(Human)'이 아닌, 합리적인 '이콘(Econ)'처럼 행동하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확인하고, 장기적인 손익을 숙고하며, 충동이 아닌 논리를 따르는 '선택의 순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통찰의 메시지: 당신의 힘과 약점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 이동 법칙은 당신의 힘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은 거대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미시 권력의 주체입니다. 탈러의 넛지는 당신의 약점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은 환경 설정 하나에 쉽게 흔들리는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이 두 통찰을 당신의 무기로 삼으십시오.

​외부적으로는(나임의 통찰)권력의 분산을 인정하고, 거대 조직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투명성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미시 권력의 의무를 행사하십시오. 내부적으로는(탈러의 넛지) 당신의 선택이 환경에 의해 슬쩍 유도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성적 숙고(시스템 2)를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설계하십시오.


​냉철한 인식과 주체적인 행동만이, 권력이 분산된 혼돈의 시대 속에서 당신을 가장 자유롭고 합리적인 존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넛지의 윤리적 경계와 기술 권력의 딜레마

​넛지의 어두운 그림자: '윤리적 개입'의 경계

​넛지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표방하지만, 그 강력한 유도 능력 때문에 '윤리적 딜레마'를 내포합니다. 선택 설계자가 선한 의도가 아닌 사적 이익이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넛지를 설계할 때, 이는 순식간에 '선택 조작'이 될 수 있습니다.

​넛지 vs. 슬러지(Sludge): 넛지가 좋은 행동을 쉽게 만든다면, 슬러지(Sludge)는 나쁜 행동(예: 구독 해지, 환불 신청)을 어렵게 만드는 비윤리적 설계를 의미합니다. 정부나 기업이 복잡한 절차나 숨겨진 수수료를 통해 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유도할 때, 이는 넛지의 철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입니다. 미시 권력의 주체인 개인은 넛지가 아닌 슬러지에 의해 통제당하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합니다.

​투명성의 의무: 넛지를 사용하는 국가와 조직은 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유도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투명성을 잃은 넛지는 '은밀한 조작'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나임이 강조한 '권위에 대한 불신(Mentality)'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기술 권력의 역설: 빅테크와 알고리즘의 넛지

​나임이 'Mobility' 혁명에서 정보의 자유를 강조했지만,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은 정보의 유통 경로 자체를 장악하며 새로운 형태의 권력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선택 설계자가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의 디폴트: 소셜 미디어의 추천 피드나 검색 결과 순위는 개인이 매일 접하는 정보의 디폴트 옵션을 결정합니다. 이는 우리의 의견, 정치적 성향, 심지어 소비 패턴까지도 극도로 맞춤화된 방식으로 넛지하고 있습니다.

​분산된 권력의 새로운 집중: 권력이 정부에서 개인에게로 분산되었다고 하지만, 그 개인의 시야는 결국 플랫폼 기업이 설계한 환경 속에 갇히게 됩니다. 미시 권력의 주체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거대 기술 권력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넛지에 의해 조용히 유도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력 이동 시대의 생존법은 단순히 국가의 넛지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알고리즘이 설계한 선택 환경을 의식하고, 그 유도에 저항하여 스스로의 정보를 탐색하는 주체적인 태도까지 확장되어야 합니다.




keyword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