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공정은 사다리 걷어차기다

by 안녕 콩코드


​우리는 '공정'을 현대 사회의 가장 신성한 가치로 숭배한다.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에 서고, 오직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시스템이야말로 가장 정의로운 질서라고 믿는다.


​그러나 당신이 외치는 공정은 평등을 향한 갈망이 아니라, 당신이 선점한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합법적인 배제의 기술이다.


​당신이 요구하는 '시험'과 '성적' 위주의 공정은, 사실 그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던 당신의 환경과 자원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있다. 당신보다 뒤처진 이들에게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사다리 아래에 머무는 것을 개인의 무능 탓으로 돌리게 만든다.


​공정이라는 구호는 이제 기득권이 자신의 성을 견고히 쌓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휘두르는 가장 도덕적인 무기가 되었다. 당신의 공정함은 타인의 불행을 '정당한 대가'로 치부하며 외면하는 가장 세련된 잔인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