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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하 과장의 직무유기

1년 내내 공식 회의 열지 않아. 모 팀장이 껄끄럽다는 게 이유?

by 콩코드


근 1년 동안 팀장회의를 열지 않은 하찬은 과장. 기억이 맞는다면 고작 2번 정도 열었을 거다. 이유는 둘 중 하나일 텐데.



1. 팀장들이 워낙 출중해서 과장이 위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을 설명하거나 따로 관련 지시를 할 것이 없다.

2. 껄끄러운 팀장이 있어 회의를 열기가 불편하다.



전자라면 하 과장은 허수 아비에 불과한 만큼 당장 옷 벗으라고 권하겠다. 과장이 참석한 속칭 간부회의가 보잘것없다고 해도 회의 분위기나 각종 사업에 대한 평가, 전망은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 해당 회의가 공개되더라도 업무 중에 영상으로 전부를 시청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과장이 토의 주제에 관해 대강을 정리해 팀장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과장의 책무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과장이 부서를 대표해서 회의에 참석했다면 팀장을 통해 부서원 전체가 해당 사항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회의요? 걔 빼고 몰래 해요

하 과장은 정권이 바뀐 뒤 중요보직을 꿰차고 승승장구하다가 본인 입에서 발화된 설화로 낙마했다. 윗선을 원망할 계제가 아니다. 사실이 그와 같음에도 과장은 시장이 안 보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시장을 비난해 마지않았다. 시장은 똥멍청이라 자신 같은 고급 인재를 못 알아본다고 틈만 나면 시장을 저격하는 일을 일삼지만 정작 시장 앞에선 순한 개처럼 꼬라 흔드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값싼 입과 저열한 행동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인사다. 반면 그에게서 30년 경력의 아우라나 전문지식,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지도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중요보직에 올랐던 것을 빌미로 인사를 좌우할 위치에 있는 양 남들에게 여전히 위세 아닌 위세를 떠는 게 고작이다. 오랜 경력에 불구하고 비루한 처신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것, 그에겐 결정적인 비극이지만 지연과 학연에 휘둘린 오늘도 특기를 살려 열일 중이다.



후자라면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개차반이라는 소리 듣기에 알맞다. 해당 팀장이 경우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부서장 입장에서 따끔하게 지적하고 교정하면 될 일이다. 가슴에 담아두는 것부터 치졸한데 마땅히 열어야 할 회의를 사적 감정에 따라 1년 동안 열지 않은 것은 아무리 곱게 봐도 자격 미달이다. 이런 인사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는 것이 미안한 말이지만 현실 공직사회다. 최근 들어 입직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청년들이 퇴직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정과 합리가 사라진 곳에 누군들 마음 편히 둥지를 틀 텐가. 계급이 깡패라는 공직 사회의 민낯을 방치하는 한 탈출 러시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찬은 과장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거나하게 한 건 해냈다. 역시 하 과장이라는 갈채 만발, 빈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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