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낮잠을 자도 일언반구 없다. 오랜 시간 결재가 밀려있어 상사에게 결재 부탁을 하려다가 상사가 자는 걸 보고도 깨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슬그머니 자기 자리로 가서 상사가 깨기만 기다린다. 이 무슨 지질맞은 상황인가. 근무 시간에 상사가 옆에 누가 오는지도 모르게 낮잠을 자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상사가 뭐가 무서워서, 아니라면 잠자는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 차마 깨우지 못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저 조신한 태도라니. 반은 어처구니가 없고 반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해하자면 깨우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상사가 낮잠에서 방금 깨어났다고 공포하는 정반대의 상황 전개로 상사에게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봉변이란 상사에게 밉보여서 업무를 더 가져가게 되거나 상사가 자기 잘못은 쏙 빼고 이런저런 일에 엮어 본인을 아주 되 바른 성격의 소유자로 소문내거나, 그 위 상사와 단짝이 돼서 근평을 안 좋게 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상하관계라는 질서는 타당성을 전제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상사의 잘못까지 상하관계라는 명목에 갈아 넣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잘못된 행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잘못이라고 지적을 받고 지적받은 당사자는 잘못을 공공연하게 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초적인 관념을 이렇듯 장황하게 배경까지 넣어가며 설명해야 할까?
다중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특권인 양 잠자는 것도 모자라 코까지 고는데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는 현실이라니. 그가 윗사람의 이쁨을 받기 때문이라는 속사정을 듣고 보면 과연 이곳이 21세기 사무실이 맞나 싶다. 근무 시간에 코 골며 낮잠 자고, 툭툭 소리 내며 손톱 깎고, 사무실 떠나가라 사적 통화까지.... 안에서 샜을 바가지가 이곳까지 와서 똥물을 끼얹나 싶어 욕지기가 스멀거린다. 요란하게 슬리퍼 끌기를 비롯해 바로 앞서 언급한 각종 경우 없는 짓에 관한 한 정말 빼닮은 인사가 있다. 그가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없는 말 있는 말을 시시콜콜 옮기는 인물, 직속상사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하는 짓도 하나 빠짐없이 닮았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 실감 난다.
베갯잇 송사라는 말, 들어보셨을 것이다. 서방과 한 이부자리에 누운 아낙이 서방에게 다른 사람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좋지 않은 말을 건네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아낙의 말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혹해서 일 처리하는 서방도 문제임에 틀림없다. 꼴에 그것도 뒷배라고 거기 기대 별짓 다 하는 세칭 똘마니와 그 변변치 못한 똘마니 말을 철석같이 믿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을 보고 싶다면 언제든 구경오시라.. 갈 길이 여전히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