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는 사전적 의미로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것'을 이릅니다. 요즘 세상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건 물론이고 날로 교묘해지는 구습의 하나입니다.
관리자에게는 그가 맡은 직위에 따라 일정 권력, 다른 말로 권한이 주어집니다. 정상적인 관리자라면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습니다. 권한에는 같은 크기 혹은 그보다 많은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책임감이 수반하는 중요한 특질에 직무에 대한 열성이나 방향 제시, 문제해결이 있습니다만 책임감은 이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책임감이 권한의 한도, 즉 적정 범위에 관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책임감에 의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은 권한은 일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권한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책임감을 방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책임감은 다룰 필요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임감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점에서 책임감 역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의 책임감은 ‘과도한(허울뿐인) 책임감’으로 바꿔 부를 수 있는데, 이러한 책임감은 책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사실상 책임질 의사 없이 행해진 권한은 출혈을 동반합니다.
권한 행사자가 책임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했다면 모를까 그나마 정량화할 수 있는 권한과 달리 책임의 한도는 정량화가 거의 불가능해 사안마다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윗선에서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권한과 책임을 약간 벗어난 지시가 내려졌을 때가 문제입니다. 경계를 훌쩍 뛰어넘은 지시는 말할 것 없습니다. 이땐 도덕률에 기대야 합니다.
도덕률
부당 혹은 불법적 지시에 맞설 수 있는 도구는 엄격한 도덕률뿐입니다. 직업의식이라고도 하는 이때의 도덕률은 지시받은 사안이 위법 저촉 면이 넓고 향배마저 쉽게 가늠되지 않을 때 즉각적으로 작동합니다. 적색등이 켜지는 것입니다. 위법 저촉 면이 아주 엷다 하더라도 위법은 위법입니다.
평소 확고부동한 도덕관을 갖추지 않으면 부당한 지시는 물론 불법적인 지시에 굴복하기 쉽습니다. 이번 한 번 만이라는 유혹은 결코 그 한 번에 그치지 않습니다.
시켜서 한 일
권력 교체기에 권력자를 따라 감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시기에 유독 그들의 행위가 신문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이 그들에게 우산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권력을 쥔 양 행세하는 사람들의 말로가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 시기입니다. 잡힌 뒤에 그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가 있습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시켜서 한 일"이라고 대단히 억울한 표정을 짓습니다. 불법적인 지시를 수행한 대가로 높은 자리에 올라 갖은 위세를 떤 건 기억하지 못합니까. 권력자에 빌붙어서 (최)고위직에 오른 이들마다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으니 욕지기가 스멀거리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속칭 잘 나갈 땐 동료나 아랫사람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취급하지 않던 그들이 한순간 위험에 내몰리자 자기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태세전환을 하는데 어느 누군들 그들을 비루하게 보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그가 최고위직에 오른 과정 전후로 주변 사람들이 모멸감과 고처를 겪은 사실을 고초를 안다면 그는 그런 말을 할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염치 불고: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돌아보지 않음
싼 입 덕에 실각한 어떤 이의 행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권력이 바뀌자 그런 자도 별의 순간을 잡았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결국은 가벼운 입이 회근이 되었습니다. 연이은 설화로 권력 서열 3위에서 밀려난 그는 한직을 전전하다가 명예퇴직을 맞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설화는 공개 석상에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인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라든지 1년이 넘도록 부서의 일을 챙기지 않아 감사에서 판판히 깨지고도 자신이 워낙 똑똑해서 잘 넘어가는 거라는 안드로메다 발언을 진심으로 한다거나 에티켓이나 공중도덕은 어디다 삶아 먹었는지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하는 행태를 보면 조직이 대단히 관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허명
꼴에 퇴임식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권력에 줄 서서 빌어먹을 것 다 빌어먹었으면 이제 총총히 사라질 만도 한데 노욕은 반드시 또 다른 화근을 몰고 오는 법이라 조만간 대가를 치를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튼 뭐 잘한 게 있다고 개발의 편자처럼 명예퇴임식을 치르려고 하는지 그 생각머리가 참 투명합니다. 도대체 염치를 몰라.
이런 자의 허줄 건한 우산이 좋다고 그 밑으로 들어간 사람들이있습니다.그들은특정고교가 시실상 인사룰 좌우하는 현실에서 같은 고교 출신임을 은근히 흘리는 방식 또는 요직에 있는 누구와 통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방식으로 그가 포획한 노획물입니다. 어쨌든 이들에게 그놈의 영향력이 대단해서 저마다 불섶에라도 뛰어들 기색이 역력합니다. 예스맨은 저리 가라입니다.
끈 떨어지고 뭣도 떨어진 상태에서조차 영향력 행사에 부심하는 걸 보면 평생 끊지 못할 마약을 달고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가 똥을 끊지,라는 말 실감합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깜냥도 안 되는 자에게 빌붙은 그들 역시 하는 짓이 매한가지입니다. 순장조에라도 들어갈 눈치던데 따로 자릴 마련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