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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명예로운 퇴임식을 앞두고

개발의 편자, 별 시답지 않은 과장의 요란한 퇴임식

by 콩코드


앞서 본뜻과 상관없이 의례적으로 퇴직 앞에 붙은 명예-이름하여 명예퇴직이-라도 명예라는 용어가 그가 함부로 입에 올릴 만큼 허접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다음은 그 후속 글입니다.



과장의 행적에 관해 참고할 사례 몇 가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말뜻에서 알 수 있듯이 과장이 저지른 각종 근무태만과 직권남용의 예는 수를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까지 더하면 하나하나 예를 드는 것부터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관해서는 내부망에 여러 불편해하는 소리와 제보가 올라온 바 있습니다. 그 또한 해당 사실에 관해 모를 리 없습니다. 의견을 주고받는 게시판에 관한 한 과장은 열혈 독자입니다. 알고도 고치기는커녕 되려 더 보란 듯이 하는 모습에선 소시오패스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듭니다. 소시오패스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들"을 지칭합니다.



부서원들이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무단으로 퇴근하기. 확인된 무단 퇴근만 장장 2주.



① 유연근무는 자기 계발, 출퇴근 편의 등에 활용하도록 일정 시간 범위 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과장은 이를 마치 자신만의 특권인 양 1년 넘게 매일 1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용도로 빠짐없이 사용했습니다. 과문해서 묻습니다. 매일 1시간씩 부서장이 사라진 사무실, 괜찮은 겁니까?



근 한 달 가까이 고객이 강도 높은 컴플레인을 제기하며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사무실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과장은 어김없이 5시에 퇴근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대응이 거의 안 되는 상황임을 보고받았음에도 과장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과장이 할 행동인지, 나아가 이 사람이 과장이 맞는지 싶을 정도입니다. 고객이 5시 전에 들이닥친 때가 있었는데, 고성이 나는 순간에조차 과장은 책상에 고개를 처박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5시가 되자 숨소리도 내지 않고 퇴근하는 우스꽝스러운 폭거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과장의 책무를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정상적인 과장이라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시각에 어떤 일(변수)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을 먼저 살필 것입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퇴근을 미루고 사태의 해결에 앞장 서는 것이 부서장의 본분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부서에 발령받고 단 하루 만에 과장이 일찍 퇴근할 생각부터 한 것에서 됨됨이를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과장 자격을 묻기엔 과장 자체가 너무 허접한데 이후 사정은 더 기가 막힙니다.



썩은 음식물에 바퀴벌레가 꼬이는 법이라는 사실, 실감합니다. 정신 나간 팀장들의 호위 아래 과장의 전횡이 몰라보게 진전된 사실은 이 글 뒤에 이어가겠습니다. 이런 자가 과장 입네 하고 자리에 앉았으니,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습니다. 사람을 잘못 들이면 구성원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습니다.





② 유연근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유연근무도 염연히 근무의 한 형태입니다. 평소 근무 상태와 다를 바 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과장이 1시간 일찍 나온 이유가 자발적 봉사라면 혹 모르겠습니다. 과장은 1시간 일찍 나온 대가로 1시간 일찍 퇴근해 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저 꼬락서니에게 그가 일찍 출근한 1시간 동안 직무에 힘쓸 것을 바란다면 대단히 어리석은 기대가 될 것입니다. 남다른 책임감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를 해치는 짓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것뿐 달리 기대가 있을 법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과장은 수준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일찍 나온 그 시각에 과장은 직원들을 불러 모아 차 마시며 잡담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문제를 우회적으로 문제를 지적해도 과장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업무 준비로 일찍 나온 직원들은 과장의 요구가 불편해도 거절하지 못합니다. 과장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듣는 내내 직원들은 뒤늦게 자리에 앉은 다른 직원들 눈치 보기에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직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에 다름 아닙니다. 차를 마시고 싶으면 혼자 마시는 게 옳습니다. 혹 몇 번은 여러 사람과 마실 수 있다고 칩시다. 1시간씩 그것도 매일 직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잡담으로 보내는 게 온당한지 물어야 할까요?



더욱이 부서의 장인 과장이 직원들을 남겨 놓은 상태로 매일 같이 일찍 퇴근하는 건 백번 양보해도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혹 사태 파악이 안 돼 그런 결정을 했더라도 상황을 봐가며 행동을 교정하는 게 순리에 맞습니다. 하도 엉터리라서 별 걸 다 되짚습니다.



과장이나 그 윗대가리 국장이나 그 나물에 그 밥



③ 과장의 유연근무와 관련해서 최악은 과장이 상사에게 유연근무하겠다고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장이 2주 동안 무단 퇴근사실에 있습니다. 유연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직근 상사에게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덧붙여 유연근무 신청 여부와 시간은 개인 정보라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따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과장이 그 점을 교묘하게 악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초기에 이를 발견하고 다른 루트를 통해 주의를 주었지만 과장은 이 역시 묵살했습니다. 잠시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더니 2주를 무단 퇴근하고 그다음 날 1주일 단위로 유연근무를 신청하는 주도면밀한 작태까지 벌일 줄이야. 참고로 과장은 하루 단위로 유연근무를 신청해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과장 윗사람인 국장 역시 자격을 의심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손바닥이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국장은 과장이 매일 1시간씩 붙박이로 퇴근하는 것에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다. 만일 국장이 단 한 번만이라도 결재를 미뤘다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그랬을지 굳이 따져보지 않겠습니다.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국장 역시 조기 퇴근에 목숨을 거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기도 해서-수행 비서의 오지랖이었을지 모르지만- 썩 입맛이 좋지 못합니다. 한 가게에 낸 비빔밥의 나물과 밥이 어디 가겠습니까. 결론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입니다.



허위로 병가 내고 여행길에 오른 것이나 개인 주전부리를 시무실 예산으로 구입한 것도 아직 옮겨 적지 못했습니다. 점심값을 법카로 결재한 것에서는 어느 정치인의 그것이 중첩됩니다. 사무실에서 코를 함부로 풀고 요란하게 양치질하며 사무실을 나서는 걸 예사로 아는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위인입니다. 공정한 평가는 뒷전이고 암암리에 자기에게 잘 보인 직원에게 중요직무급 수당을 주는 작태에 이르러선 정말 정신 상태와 인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밖에 난 직원들의 근평이 오죽할 리 없습니다. 공적 판단에 사적 감정을 결부시키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상 몇 가지만 덧붙여도 첩첩산중인데 아직 반의반도 옮겨 적지 못했습니다.



명퇴 운운하는 그 입에 조의금을 투척할 결심에 앞서 가감 없는 사실관계 기록은 대단히 필요한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내일도 정신을 가다듬고 기록에 매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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