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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돈 내고 먹어. 세금(업무추진비)이 니들 봉이냐.

사실상 개인의 점심 값용으로 전락한 업무추진비 백태

by 콩코드


A 부서장이 자기를 따르는 팀장들 위주로 빈번하게 밥을 사 먹으러 다녔다. 뭐 이 정도야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밥값을 자신들 돈이 아니라 공공 예산인 업무추진비로 썼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림잡아도 A는 전임 부서장의 2배에 달하는 큰돈을 점심값으로 썼다. 배포가 남달랐다. 다른 말로 하면 독일 전범 재판을 들썩인 전형적인 무사유에 해당한다. 일반 회사에 견줘 그 정도는 관행쯤으로 넘겨선 안 된다. 관계 규정엔 업무추진비의 지출 항목이 촘촘히 열거되어 있다. 예를 들면 직원 격려로 지출이 가능한 것은 맞다.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중

별표 1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활동 범위

6. 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마. 소속 상근직원에게 업무추진에 대한 격려를 위한 식사 제공



단, 이때의 직원이란 직원 중 특정 소수가 아니라 직원 전체를 일컫는다고 보아야 옳다. 그런데도 A는 자신에게 한껏 꼬리를 흔드는 팀장(팀장도 직원이라고 우기면 할 말 없음)과 점심을 먹는 데 업무추진비 지출 횟수의 거의 99%를 사용했다. 나아가 파렴치하게도 ‘직원 격려 차원“이라는 공문을 만들어 스스로 결재했다. 행위는 물론 행위의 결과까지 속속들이 썩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부서장에게 직원이란 그깟 소수인 팀장들뿐이냐? 점심값으로 업무추진비를 탕진할 만큼 세금이 눈먼 돈이냐? 매번 직원 격려라고 쓰고 셀프 지출 승인을 받으면서 단 한 번도 낯부끄럽지 않았더냐?



눈멀고 빼먹기 좋은 돈, 업무추진비 백태
은근한 사적 사용 엄단 필요



팀장들과 업무추진비로 세금을 펑펑 쓰는 데 문제의식이 없었을 리 없다. 명색이 A는 부서장이다. 팀장들은 적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심정적 확신과 현행 규정 아래에선 위와 같이 지출문서를 꾸미기 쉽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담해진 것이고 엄밀히 말하면 직무유기와 일탈,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결과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또 있다.



어느 팀장도 부서장의 그런 행태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반드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긴다. 규정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데 혈안이 될 게 아니라 비록 흠결이 있더라도 최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으로 규정을 일탈한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인되어선 안 된다. 사실 관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다음 사안이 더 어처구니없을 수도 있다. 국장이 혼자 점심을 먹을 게 안쓰럽다고 각 부서에서 돌아가며 일명 국장 모시기를 한다. 보통 그 자리는 국장과 부서장, 그리고 팀장들이 배석한다. 밥값은 누가 낼까? 설마 국장이나 부서장이 자기 돈으로 밥값을 냈겠지. 아니면 각자 더치페이를 하거나. 맞는 말이다. 그래야 납득이 간다. 자기 먹을 건 자기 돈으로. 이게 상식이다. 정작 밥값은 부서 업무추진비에서 나간다. 국장이 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국장이 사비로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장 앞으로 나온 법카로 낸다. 도둑놈들이다.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승냥이 밑에서 배운 게 도둑 질뿐이더니 승냥이 사라지자 똥개 들끓어. 부서장이 명예롭게(툇) 퇴임하자 모 팀장이 법카를 들고나가 대차게 긁었다. 법카 참 우습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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