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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배웅하던 고양이는 어디로?

나 홀로 집에 고양이, 그리고 사막 여우

by 콩코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발걸음이 활기찹니다. 오늘 주인공입니다. 이름은 아드리안라고 합시다. 상쾌한 아침입니다.



어머니가 배웅 나왔는지 아드리안이 뒤를 돌아봅니다. 아니네요. 아드리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저멀리 건물 창가에서 고양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군요. 표정이 대단히 시크합니다. 아드리안의 눈은 그곳에 있습니다.



이드리안이 손을 흔듭니다 고양이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리네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드리안은 손을 세차게 흔들고 고양이가 찬찬히 고개를 돌립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아드리안이 뒤를 돌아보고 손을 흔들......... 아, 거기 고양이가 없네요. 두 세 번 고개를 돌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집주인이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를 갔거나 고양이가 병에 걸렸거나....... 설마 그럴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이드리안,



- (잠깐 어디 긴 모양이지.)

- (금방 나올거야.)



며칠 째 고양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젠 체념해야겠지요. 무심하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그후로도 몇날 며칠이 흘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드리안은 습관처럼 그날도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 거기 놀라운 장면이..... 아드리안도 저도 눈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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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물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한 번 보고 말 상대가 아니라면 그(그것)들과 길들여지는 것, 다른 말로 관계를 유지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사막여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자발적으로 길들여지면 상대와의 약속 시각이 기다려지고, 약속 시각 훨씬 전부터 자꾸 웃음이 납니다. 여기에 물리적 시간은 중요하지 않지요. 감각하는 시각이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왜 그렇게도 더디게 움직이는지 약속시각까지 족히 천년 혹은 만년이 흐르고 말 것같은 까마득한 현기증에 사로잡힙니다.



연인이 오고간 길이 또 얼마나 살갑게 느껴지던가요? 길 어귀부터 강보에 쌓인 편안함이 밀려옵니다. 거기서 연인은 기적같은 시간을 떠올리고, 다시 그러한 시간을 고대하죠.



-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가장 소중한 걸 종종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싶지만 그렇습니다. 잃고 서야 비로소 소중한 것의 가치를 깨닫지만 많이 늦었지요. 눈을 도려내는 아픔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가치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곁에 둘 수 있는 보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가장 중요한(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얼마간 눈물을 흘리고 나면 고양이가 가족을 데리고 돌아오겠지요.



-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 지도 몰라.




시진 출처, 픽사베이

영상 출처, 페북러 haapy_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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