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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by 콩코드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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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편의상 세 명이 유니폼으로 옷을 갖춰 입기로 한 날, 그 세 명이 하는 짓이 유치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니폼은 그들 세 명이 고민 끝에 낸 결론이었다. 단속 중에 사람들은 무슨 일(정확한 표현은 짓)이냐고 물었다. 일일이 답변하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괜한 오해를 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유니폼은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덕에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사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악의에 찬 소문을 낸 이들은 직접 묻지 않았다. 그들은 좋은 생각인데요, 라며 곁을 지나쳐 갔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셋 중 한 명이 나머지 두 명에게 소문을 전했다.



며칠 후 늦은 저녁 세 명이 따로 술을 마시는 자리에 좋지 않은 소문을 낸 인물을 포함해 네 명이 들이닥쳤다. 양해를 구하지 않은 자리에 무단히 들어온 것도 문제였지만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시비를 걸었다. 자신보다 대 여섯 살은 많음 직한 사람에게 경우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참다못한 한 명이 당사자의 멱살을 잡았다. 사태는 싱겁게 끝났다. 당시로선 무심히 넘겼는데 세 명이 있는 자리를 그들 한 명이 발설하지 않고서는 다른 네 명이 올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술집은 세 명이 자주 들르는 집이 아니었다. 시각도 묘했다. 마치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온 듯한 인상이었다. 대화가 무르익는 중에 엉겁결에 나온 해프닝이라 하기엔 그들 중 유독 한 녀석의 비아냥이 거슬렸던 것이 사실이다.



애초부터 내부의 적 혹은 처음부터 저쪽 편이었던 자의 박쥐 행세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 박쥐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친구 같은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그가 몇 번에 걸쳐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간 자신이 저지른 허튼짓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이라 그냥 두기로 했다. 에는 새, 밤에는 쥐의 편이 된다고 한들 박쥐가 자신의 행색을 근본적으로 숨기는 게 가능할까? 때론 박쥐에게 운명이 모질기도 하다는 것. 이야기에 숨은 뜻을 잘 아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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