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전무. 문제의식 전혀 없어. 도덕적 해이 심각
절친이 회전근개 비슷한 곳에 고장이 나 두 달 병가 쓴 걸 보고 고새 병이 도졌나 봅니다. 절친이 병을 핑계로 판판히 쉬었다 나온 것에 고무되었나 봅니다. 워낙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 특별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수술받고 한 달만 쉬어도 되는데-이 부분은 절친이 떠벌린 것입니다. 자신이 워낙 그 분야 사정을 잘 안다고 철석같이 믿는 치라 앞뒤 가리지 않고 떠드니라 절친의 치부가 드러난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사무실은 나 몰라라 한 채 두 달을 배 두드리다 나온 놈이 그랬겠지요.
- 아무도 병가 쓰는 것에 뭐라 하지 않아. 내 경우 말고 6일까지만 병가를 쓰면 진단서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 연가처럼 쓰라고. 못 찾아 먹는 놈이 바보지.
60일 병가를 찾아 먹은 놈의 절친이 느닷없이 병가를 냈습니다. 투명합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전화통 붙잡고 시시덕거리느라 시간 보내고 평소 하던 대로 개인 공부나 하던 치가 갑작스럽게 위증한 병에 걸렸을 리는 없고, 아무튼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요 며칠 통화한 내용으로 유추하면 스포츠 경기에 나갔을 확률이 큽니다. 그렇고 그런 놈들이 썩은 내 나는 곳의 냄새를 맡고 모여듭니다. 양심을 팔아먹은 곳에선 어김없이 참기 힘든 악취가 피어오릅니다.
병가 내고 해외여행
병가 내고 골프
약국에 약 사러 병가 내고
병가 내고 미용 수술
연가는 연간 20일이 주어집니다. 연가를 쓰지 않으면 안 쓴 기간만큼 돈으로 돌려받습니다. 병가는 안 쓴다고 돈으로 돌려받지 못합니다. 단, 병가는 연 60일이라는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병가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연가를 써야 하는데, 연가를 대신해 병가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네, 병가로 대신한 연가만큼 연말에 돈을 받습니다. 많은 돈입니다.
병가는 7일 이상이 아니면 진단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하루씩 나눠서 6일을 채우거나 몇 시간씩 나눠서 써서 솔찮이 병가 맛을 보는 꾼들이 있습니다. 매년 6일씩 병가를 써서 연가를 대신하는 대단히 약삭빠른 나리님들이 그들입니다.
이런 막장을 알고도 내부에서 쉬쉬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낌새를 채고 사전에 불법 사항을 점검한다거나 그 흔한 현황 조사 같은 거는 사실상 없습니다. 허위가 있는지 알아서 자료를 내고 없다고 하면 허위 사실 자체를 덮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기껏 언론에 보도가 나야 미적거리며 실태를 조사한답시고 나서지만, 결론은 환수가 고작입니다.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없습니다. 일단 병가를 쓰고 걸리면 돈으로 물면 되지, 하는 말이 빈번히 떠돕니다. 조사 기관이 본연의 직무를 해태해 결과적으로 불법을 방조 또는 부추긴 격이라 할 말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병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병가를 내는 뻔뻔한 허위 보고에 징계를 하지 않고, 연가를 적게 써야 연가 보상비를 많이 받는 점을 악용해 병가로 연가를 대신하는 불법에 그 흔한 처벌조차 없는 현실, 이 구역의 현주소입니다.
내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허위 병가 사용을 엄중 감독할 부서장과 관련 규정을 주로 다루는 서무 담당이 불법 병가와 횡령에 솔선하는 것입니다. 매년 6일 동안 차곡차곡 병가 챙겨 먹기, 시간 단위로 병가 쪼개 쓰기 신공이 주로 이들에게서 나온 거라 봐도 됩니다. 이런 법꾸라지를 따라 하는 치들이 해마다 속출하면서 감당할 수준 이상(통제 불능)이 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현실은 상상보다 심각합니다.
끝으로 연가와 병가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연가는 질병,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전염병으로 타 직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을 때 사용합니다. 일반 병가는 연 60일 이내로 사용 가능하고, 연간 6일까지는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가를 쓰는 대신에 병가를 쓰면 연가를 덜 사용한 만큼의 돈을 연말에 연가보상비조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