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판단으로 명을 재촉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가 없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면 뒷일이나마 도모할 수 있지만 목숨을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누구든 낯선 상황에선 길을 잃을 수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방향을 틀 줄도 알아야 한다. 뚝심은 결기를 각인하기에 안성맞춤일지 몰라도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만큼 무망한 일이다.
착오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일 때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 그 후에야 잘못 든 길을 되돌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설익은 채 주머니를 비집고 나온 송곳은 사실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