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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앞에서 심장 쫄깃! 오늘도 메뉴판과 씨름 중"

by 콩코드


"자네는 뭐든지 그렇게 선선히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

R은 그러나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

"뭘 말인가?"

"응, 자네는 횟집엘 갈 것이냐, 다른 음식점엘 갈 것이냐 물었을도 그랬고, 이층에 갈 것이냐, 아래층에 앉을 것이냐 하고 물었을 때도 금방 결정을 내렸잖은가. 나는 그런 걸 결정해야 할 때는 늘 망설인단 말이야."

R은 하하하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짧은 순간 동안 마음은 뭔가에 억눌려 있는 것 같고?"

"그래! 바로 그래."

알랭 드롱이 말했다.




R은 알랭 드롱의 증상을 협심증에 비유했다. 요즘 말로는 결정 장애라고 하는 그것을. 《경마장 가는 길》의 초판을 1990년에 찍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R은 자신도 같은 증상으로 여러 번 곤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R은 결정장애, 혹은 협심증이라고 하는 그 증상에 아주 잘 듣는 처방을 들려주었다. 같은 책 p223에 실렸다.




팽팽한 힘으로 맞서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사실 많지 않다. 한쪽으로 기운 형세가 명백함에도 미련이라든지, 안타까움이라든지 하는 것들에 발목 잡혀 머뭇거리기 일쑤이지 않던가.



말은 그래도 막상 선택의 기로에 서면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만큼 골치를 지끈거리게 하는 것도 없다.



찾아 읽어야 할지, 아니면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릴지는 이제부터 당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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