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폼페이, 멈춰버린 시간의 속살

by 콩코드


타오르는 태양과 떠도는 기억


폼페이의 유적지는 그 어느 곳보다도 특별한, 때로는 숨 막히도록 고요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타오르는 태양 아래, 먼지처럼 날리는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화산폭발로 초토화된 도시의 잔해 속에 묻혀 있던 과거는 그저 텅 빈 공간을 채울 뿐,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신음과 아픔은 점점 사라져 간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는 건, 지나간 삶들의 기억이 쌓인 무거운 공기다. 그 공기를 가를 때마다, 바람은 마치 살아 있었던 사람들이 내뱉은 마지막 숨결을 실어 온 것만 같았다.


고대의 건물들은 부서지고 무너졌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기둥과 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선명하게 세워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발자국, 다급히 뛰어가던 그들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던 사람들의 얼굴, 그 불안하고 절박한 감정은 오늘날 이 고요한 땅 위에서 여전히 여운을 남긴다. 부서진 길 위에서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하나에서 일순간 멈춰버린 도시의 속살이 드러나는 듯했다. 한때 이곳에 떠들썩하던 사람들의 소리,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눈 웃음소리, 꿈을 향해 달려가던 발걸음의 소리마저 이제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시간의 멈춤, 부서진 길 위에서


폼페이는 이제 살아 숨 쉬지 않는다. 다만 잔해 속에서 기억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그곳을 가로지르는 따사로운 햇빛 아래, 물결처럼 밀려오는 화산재와 함께 그 시대의 마지막 숨결이 조용히 울려 퍼진다. 고요한 유적 속에, 아직도 그날의 비통한 울음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의 소리가, 온몸을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슬픔과 고통의 흔적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요한 장소는 여전히 어떤 고백을 남기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속삭임, 살아남은 자들의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폼페이, 그곳은 과거의 아픔을 끌어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이곳에서 이어지는 길이 결국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