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킨스, 진화와 종교의 경계를 넘다

유전자와 자연선택의 힘

by 콩코드


리처드 도킨스(1941~)는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 그리고 대중 과학 저술가로, 유전자의 역할과 자연선택을 중심으로 한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1976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통해 유전자를 자연선택의 중심 단위로 보고,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과 복제를 위한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이후 여러 저서를 통해 진화생물학뿐만 아니라 무신론과 과학적 사고에 대한 입장을 펼쳐 왔다.



도킨스의 과학적 견해

도킨스의 주요 견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

자연선택의 단위를 개체나 집단이 아니라 유전자(gene)로 본다.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과 복제를 돕는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 역할을 한다. 개체의 이타적 행동도 유전자의 복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혈연 선택과 포괄 적합도 개념).


밈(meme)과 문화 진화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밈은 아이디어, 행동, 스타일 등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정보 단위이며,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선택과 변이를 통해 진화한다. 이후 밈 개념은 문화 진화와 정보 확산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신다윈주의(neo-Darwinism) 강화

도킨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의 혈연 선택 이론과 조지 C. 윌리엄스(George C. Williams)의 유전자 중심 사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종교 및 창조론 비판

도킨스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무신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과학적 증거와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창조론 및 지적 설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이러한 입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주요 저서와 핵심 내용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1976)

이 책은 도킨스를 대표하는 저서로, 유전자를 중심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개념을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기본 단위가 개체나 집단이 아니라 유전자(gene)라고 주장한다. 즉, 생명체는 단순히 유전자가 살아남고 복제되는 것을 돕는 "운반체"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도킨스는 혈연 선택(kin selection)과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 개념을 통해, 왜 어떤 개체들은 다른 개체를 돕거나 희생하는 행동(이타적 행동)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을 보호하거나 형제가 서로 돕는 행동은 결국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친족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도킨스는 ‘밈(meme)’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면서, 문화도 유전자의 진화처럼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밈은 우리가 배우고 전달하는 아이디어, 행동, 스타일, 신념 같은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노래, 패션, 유행어, 종교, 정치적 사상 등이 밈에 해당한다. 마치 유전자가 복제되고 변이하면서 진화하듯이, 밈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변화하면서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도킨스가 생물학적 진화뿐만 아니라, 문화도 자연선택의 원리로 설명할 길(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1982)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책이 다. 이 책에서 그는 ‘표현형(phenotype)’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생물의 신체적 특징에만 국한하지 않고, 생물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비버가 강에 댐을 만드는 행동을 생각해 보자. 비버의 유전자가 직접 댐을 만들지는 않지만, 비버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본능으로 댐을 쌓는다면, 결국 그 행동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일부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조작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어떤 기생충은 숙주의 뇌를 조종해 포식자에게 더 쉽게 잡히도록 유도하는데, 이것 역시 기생충의 유전자가 환경(숙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라는 것이다.


즉,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물의 몸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물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까지도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1986)

도킨스는 창조론에서 주장하는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 개념을 반박하면서, 생명의 진화가 신이나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의 계획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눈먼 시계공(blind watchmaker)"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데, 이는 시계공이 정교한 시계를 설계하듯이 신이 생명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이 마치 방향 없이 점진적으로 생물을 변화시켜 온 것을 의미한다.


즉, 생명의 복잡성과 정교함이 꼭 신의 설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볼 필요가 없으며, 오랜 시간 동안 자연선택이 작용하면서 충분히 지금의 복잡한 생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2006)

도킨스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신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는 종교적 믿음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과학적 방법과 논리적 사고가 문제를 해결하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도킨스의 종교에 대한 비판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책으로, 신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 과학과 이성적 사고가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도킨스의 과학계에서의 위상과 평가


도킨스는 과학계에서 대중 과학 저술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진화론과 유전자의 역할을 쉽게 풀어 설명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진화생물학을 알렸다. 특히 그는 복잡한 과학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도킨스의 이론이 모든 생물학자들에게 항상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가 유전자의 역할을 너무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개체 수준이나 집단 수준에서도 자연선택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킨스는 무신론과 종교 비판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종교적 믿음이 비합리적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과학적 사고와 논리가 더 좋은 답을 준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동시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오늘날 도킨스의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은 현대 진화생물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이론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진화이론은 도킨스의 초기 주장보다 더 복잡한 모델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이론들이 함께 고려되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