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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시간, 내면의 여유

by 콩코드


어떤 나무는 천둥 같은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어떤 사람은 인생의 거센 풍랑 앞에서도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그 둘의 공통점은 단단한 뿌리다. 땅속 깊이 뻗어 내려간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힘이야말로 생명을 붙잡고 지탱하는 실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면이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내면이 지탱되지 않으면 삶의 균형은 쉽게 흔들린다.


그 내면의 뿌리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상이나 화려한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고, 아주 느린 것들이다. 바로 ‘시간’과 ‘여유’다.


시간은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하루를 허겁지겁 살아낸 뒤, 문득 고요한 밤에 남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 한 줌의 여백. 삶의 균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무심히 덮어두었던 마음의 틈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 시간이야말로 뿌리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그 불완전한 감정들조차 내면을 단련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그리고 여유. 여유는 단순히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공간이다. 조급한 마음이 가라앉을 때, 비로소 삶이 본래의 결을 드러낸다. 여유 속에서 사람은 다시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나의 속도를 나 스스로 인정해 주는 너그러움. 그것은 곧 자기 삶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는 종종 외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더 많은 책임, 더 빠른 성과, 더 높은 위치를 찾는다. 그러나 땅 위의 무게를 진짜 지탱하는 것은 그 아래의 깊이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가지를 탓하기 전에, 뿌리가 제대로 내렸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뿌리는 오직 시간과 여유 속에서만 자란다.


삶이란 결국, 그 뿌리를 어디에, 어떻게 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사람의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있는 사람은 알 수 있다. 말 한마디에, 눈빛 하나에, 조용히 풍기는 태도에 그 단단함이 배어난다.


오늘도 나는, 나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기 위해 잠시 멈춘다. 조용히, 느릿하게, 시간을 들여 내면의 흙을 더 다져본다. 그 안에서 비로소 진짜 나의 삶이 자라나고 있음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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