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배웅했다.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다. 첫째는 담담해했다. 둘째는 떠나는 순간까지 밝게 웃었다.
둘째가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곧 변호사 시험 결과가 나오고, 합격한다면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생의 또 다른 장이 열리는 순간이다. 처음 둘째가 로스쿨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가 떠오른다. 길고도 치열한 시간이었지만, 둘째는 끝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제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첫째는 아직 길을 찾는 중이다. 동생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에 빠질 수 없다고 했다. 늘 동생을 아끼고, 묵묵히 지켜봐 온 첫째 다운 태도였다. 언젠가 자기 자리를 찾을 것이다. 나는 믿는다.
아내는 내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아내는 여행지에서도 두 아들을 챙기고, 두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려 할 것이다. 남겨진 나는 비행기가 떠난 후에도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텅 빈 거실을 보며, 가족들이 없는 공간을 채울 기억을 떠올린다.
두 아들이 잘 자라줘 고맙다. 언젠가는 각자의 길로 떠날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다시 둘만 남을 것이다. 두 아들이 살아갈 세상에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조용한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일본의 거리 어디쯤에서, 가족이 나를 이야기할까. 아내는 내 몫까지 챙기려 여러 말을 할 테고, 첫째는 엄마의 말을 묵묵히 들을 것이다. 둘째는 웃으며 가볍게 넘길 것이다. 문득, 나는 두 아들이 삶을 찾아 멀리 떠나가도 한결같이 응원할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