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왜 우리는 카페로 가는가
어딘가로 가야 할 이유가 없을 때, 나는 카페로 간다.
누구를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확실히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나은 장소. 책 한 권, 노트북, 이어폰 그리고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이 모든 것을 손에 들고 도착하는 그곳, 카페는 나에게 '시작의 장소'다.
카페라는 공간은 이상하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도 조용하고, 혼자인데도 외롭지 않다. 벽에 기댄 커플이 낮은 목소리로 웃고, 창가에 앉은 노인은 신문을 펼친다.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왔는데, 이질적이지 않다. 하나의 무언의 규칙이라도 있는 양, 모두가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또 생각한다.
어떤 날은 일기처럼 이곳에 앉아 마음을 정리하고, 어떤 날은 글을 쓴다. 뭔가 쓰고 싶은데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되는 날, 카페의 적당한 소음은 마치 문장의 윤활유 같다. 말 대신 종이 위에 쓴 단어들이 마음의 깊이를 건드린다. 무의식이 가만히 고개를 든다.
왜 사람들은 카페로 모일까.
물론 커피가 맛있어서일 수도 있고,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딱 그만큼만 열려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다. 지나치게 친밀하지도 않고, 너무 낯설지도 않은 곳. 나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감싸주는 공기. 카페는 그런 공간이다.
혹은, 카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책장을 넘기고, 글을 쓰고, 생각을 한다. 목적 없이 머물 수 있는 장소. 정지된 채로 흐를 수 있는 시간.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면접 전 긴장된 얼굴로 커피를 홀짝이고, 누군가는 테이블 위 보고서를 넘긴다.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말없이 커피만 마신다.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끝내거나, 기다리는 사람들. 카페는 그렇게 ‘사람의 심리’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카페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심리에 대한 소묘. 커피의 향과 사람들의 표정 사이, 백색소음에 섞인 마음들의 진동을 따라가 본다.
혹시 당신도, 오늘 카페에 들를 생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