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심리학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오는 건지, 아니면 커피가 ‘마실 만한 이유’가 되어주는 건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집에서 마실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 커피는 생각만큼 맛있지 않다. 왜일까. 사실 커피는 맛보다는 ‘장소와 시간의 핑계’에 더 가까운 존재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일단 커피부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커피를 주문하는 건 마치 하루의 리모컨을 켜는 일 같다.
잠이 덜 깬 아침엔 부드럽게, 일이 막힐 땐 쓴맛이 강하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슬쩍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아무 이유 없이라도 입에 물고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에 커피는 늘 적절한 타이밍으로 손에 쥐어진다.
그렇게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자리에 앉는다.
글을 쓰고, 메모를 하고, 창밖을 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몇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단지 커피를 마신다는 이유 하나로.
어쩌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머물기 위해 커피를 들고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수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를 치유받는 그 과정. 커피는 그저 배경이고, 우리는 그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커피가 진짜로 필요한 순간도 있다.
전날 잠을 설쳤거나, 일을 몰아치듯 해야 할 때, 카페인이 우리의 뇌를 아주 미세하게 흔들어 깨운다. 하지만 그건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 절반은,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은 '커피를 마시는 척하며, 멈춰 있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다.
사람은 이유 없이 멈추는 걸 불안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한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은,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이 된다. 지금은 그냥 있어도 되는 시간이라는 사인. 책을 읽든, 멍하니 있든, 자리에 앉아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한 시간.
그게 내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진짜 이유다.
커피는 나를 정지시키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