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커피를 핑계로 앉아 있는 시간에 대하여

카페의 심리학

by 안녕 콩코드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오는 건지, 아니면 커피가 ‘마실 만한 이유’가 되어주는 건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집에서 마실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 커피는 생각만큼 맛있지 않다. 왜일까. 사실 커피는 맛보다는 ‘장소와 시간의 핑계’에 더 가까운 존재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일단 커피부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커피를 주문하는 건 마치 하루의 리모컨을 켜는 일 같다.

잠이 덜 깬 아침엔 부드럽게, 일이 막힐 땐 쓴맛이 강하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슬쩍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아무 이유 없이라도 입에 물고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에 커피는 늘 적절한 타이밍으로 손에 쥐어진다.


그렇게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자리에 앉는다.

글을 쓰고, 메모를 하고, 창밖을 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몇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단지 커피를 마신다는 이유 하나로.


어쩌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머물기 위해 커피를 들고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수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를 치유받는 그 과정. 커피는 그저 배경이고, 우리는 그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커피가 진짜로 필요한 순간도 있다.

전날 잠을 설쳤거나, 일을 몰아치듯 해야 할 때, 카페인이 우리의 뇌를 아주 미세하게 흔들어 깨운다. 하지만 그건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 절반은,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은 '커피를 마시는 척하며, 멈춰 있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다.


사람은 이유 없이 멈추는 걸 불안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한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은,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이 된다. 지금은 그냥 있어도 되는 시간이라는 사인. 책을 읽든, 멍하니 있든, 자리에 앉아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한 시간.


그게 내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진짜 이유다.

커피는 나를 정지시키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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